제881장

진아영의 얼굴은 많이 핼쑥해졌다. 간병인이 저녁 식사를 갖다 주며 상냥한 어조로 말했다. “아영 씨, 아이를 금방 낳은 것과 마찬가지니 산후조리하기 위해서라도 많이 먹어야 해요. 아직 젊으니까 금방 회복할 수 있어요. 다시 임신하면 되죠.” “가져가요.” “아영 씨, 저를 난처하게 하지 마세요. 저는 그저 잔심부름꾼이에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아영은 앞에 있는 음식을 모두 바닥에 엎어버렸다. 밥과 채소가 그대로 널브러졌다. “꺼져.” 조심스럽게 바닥을 치우는 간병인은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밖에서 흩날리는 눈을 보니 비로소 서정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상한 것은 서정희가 귀국한다는 것을 차연준은 이미 알고 있었다. 절친 염정훈에게 절대 알리지 않을 리가 없었다. 만약 염정훈이 서정희가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면 기뻐 날뛸 것이다. 서정희 혼자 밖에서 돌아다니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잠잠한 것을 보면 진짜로 모든 것을 포기한 것일까?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변한 척할 수는 있어도 그건 그저 척일 뿐이다. 어쩌면 더 큰 계산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전화를 끊은 서정희의 눈에 걱정이 스쳤다. 진아영의 몸 상태가 어떤지, 차연준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보아하니 즐거운 연애는 아닌 것 같았다. 이때 휴대폰에 또 하나의 문자가 도착했다. 진아영이 보낸 것이다. 애써 괜찮은 척 억지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내용일 줄 알았다. 하지만 휴대폰 화면에는 한 마디만 적혀 있었다. [염정훈 조심해.] 깜짝 놀란 서정희는 얼른 진아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원이 꺼져 있었다. 이 메시지는 대체 무슨 뜻일까? 진아영이 무엇인가 알고 있는 게 아닐까? 안달이 난 서정희는 안절부절못했다. 대체 무슨 일이 생겼기에 갑자기 전화기가 꺼졌을까? 병원에 있는 진아영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간 남자를 노기등등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훤칠한 키에 우아한 피지컬을 가진 그였지만 하는 짓마다 정말 혀를 내두르게 했다. “차연준 씨, 핸드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