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4장

서정희의 가발이 엉망이 되자 염정훈은 미소를 지었다. “역시 옛날 머리결[머릿결 ]이 부드럽고 향기로워서 좋다.” “짖궂기는[짓궂기는 ].” 서정희는 흥 소리를 내며 그의 등에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았다. 그녀는 염정훈이 뭔가 중요한 일을 계획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서둘러 자신을 보내려고 했다. 둘은 이미 이혼한 상태니 그가 무엇을 하든 자신한테 알릴 필요는 없다. 아이는 살아 있지만 그동안 그가 그녀한테 준 상처도 많았다. 그는 남한테 은혜를 갚으려고 그녀에게 고통을 줬고 이는 서정희에게는 불공평한 일이었다. 아이가 살아있다고 해서 둘 사이가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들의 유일한 연결고리는 아이들의 부모라는 것이다. 그녀는 일주일 동안 염정훈을 돌보는 것으로 그가 자신을 구해준 정을 갚으려고 결심했다. 그[空]후로는 각자 다른 길을 걸을 것이고, 서정희도 하고싶은 일이 생겼다. 그 일주일은 아마도 몇 년 동안 두 사람이 보낸 시간 중 가장 평화로운 날들이었다[이었을 거다.]. 둘은 벽을 세우지도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도 않았다. 그녀는 꼼꼼하게 염정훈을 돌봤다. 염정훈이 진상정과 진영한테 또 무슨 일을 시켰는지 둘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한송이가 힘든줄도 모르고 자주 찾아왔다. 그녀는 항상 염정훈의 이름대신 닉네임을 불렀다. 이러면 둘이 더 친밀해 보일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 “사과를 깍았으니[깎았으니 ] 좀 드세요.” 서정희가 잠시 자리를 비우자 한송이가 바로 기회를 잡고 찾아왔다. 염정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거절했다. “괜찮아요, 난 사과를 싫어해요.” “특별히 깍아[깎아 ] 준건데요.” 어디서 배운 말툰지 그녀의 애교섞인 목소리는 염정훈을 소름 끼치게 했다. 한송이의 미모는 그저 일반 수준이고 또 노란 피부에 체격도 다른 사람보다 컸다. 그녀는 서정희와 키가 비슷했고 168에 체중은 120이고 가장 비율이 좋은 구조다. 하지만 서정희와 같이 섰을 때 서정희는 특별히 애를 쓰지 않아도 더 눈에 띄였다. 서정희는 날씬한 몸매와 하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