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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0장

염정훈은 서정희를 침대에 눕히고 소파로 몸을 돌렸다. 소파는 2인용이었고 염정훈은 카가 190cm에 가까워 두 다리는 어쩔 수 없이 소파 외로 뻗어져 있었다. 서정희는 심호흡을 하고 그 자리에서 폭발했다. “염정훈, 일부러 신경 쓰이게 하는 거야?” “정희야, 난 상관 없어. 소파도 자기에 좋은데[편한데 ] 뭐. 이렇게 엎드려 있으면 돼.” “당장 일로 와!” 분노로 가득 찬 목소리에 염정훈은 순순히 침대로 돌아갔다. 둘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은 새로웠지만 왠지 모르게 조화로웠다. 서정희는 이불에 싸인 채 전혀 움직임이 없었고 염정훈도 자지 않고 유령처럼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만 보았다. 지난 며칠 밤 여러 번 깨어났는데 그럴 때마다 이남자와 눈을 마주쳤고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다. “좀 자지?” “등이 아파서 못 자겠어. 너[먼저 ] 자. 내가 곁을 지킬게.” 부상자가 웬 야간 당직? 서정희는 어이가 없었다. 등을 돌려도 염정훈은 그녀의 뒤통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안 자면 눈이라도 좀 감지.” 눈빛으로 레이저를 쏠 수 있다면 자신의 뒤통수는 이미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염정훈은 할 수 없이 고백했다. “90시간 더 있으면 넌 떠나잖아. 다음에 언제 다시 만나게 될 지 모르는데 널 더 많이 보고싶어.” 서정희는 잠깐 의아해했다. 혹시 눈치를 챘나? “정희야, 널 안아도 돼? 안고만 있을게, 다른 짓은 절대 안 할게.” 이 말에 서정희는 이를 악물었다. “전에도 그렇게 말하다니!” 잠옷이 없었더라면 살까지 벗겨질 것이다. 뒤쪽에서 웃음소리가 들리자 서정희는 또 놀림을 당했다고 느꼈다[당했다는 것을 알았다 ]. “어서 자.” 서정희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이불로 머리를 덮었다. 염정훈이 자든 안 자든[말든 ], 자신은 쉬어야 하니까. 그래야 다음 날 염정훈을 돌봐줄 힘이 생길 거니까. 잠이 들려고 할 때 그가 이불 한 구석을 들어 올리는 것을 느꼈다. 이 놈이 또 무슨 나쁜 짓을 할려고? 그러기만 하면 반드시 그의 상처를 긁어버릴 거야. 서정희는 스스로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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