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4장

그 이후로 이틀 동안 염정훈은 계속해서 서정희와 스킨십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았다. 5일째 되는 날, 서정희는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서 요리를 했다. 주방후드 소리가 너무 세서 그녀는 염정훈이 다가오는 소리를 듣지 못했고, 그가 갑자기 등 뒤에서 자신의 허리를 감싸자 깜짝 놀랐다. 하마터면 주걱으로 그의 얼굴을 칠 뻔했다. 이 남자 또 왜 이래? “뭐 하는 거야?” 그녀는 얼른 불을 끄고 음식을 그릇에 담았다. 주방에는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향으로 가득했다. 염정훈은 갈수록 껌 딱지가 되었다. “그냥, 안고 싶어서.” 서정희는 어이가 없었다. 최근에 자신이 밥에 약이라고 탔나 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염정훈잎이상한 반응을 보였다. 염정훈은 뒤에서 그녀를 꼭 안고는 애처럼 투정을 부렸다. “우리 정희가 이렇게 좋은데, 내가 왜 소중하게 여기지 못했을까?” 서정희는 화난 어투로 말했다. “자업자득이지.” “맞아. 난 벌을 받아 마땅한 놈이야.” “됐어. 그만하고 가서 손 씻고 와. 밥 먹게.” 그녀는 한 끼가 지나가면 한 끼가 줄어들었다. 염정훈에게 밥해줄 기회도 몇 번 남지 않았다. 염정훈은 그녀를 놓아줄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 “잠깐만. 잠깐만 이렇게 있자.” 순간 주위는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방금 전에 식탁 위에 올려놓은 반찬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창밖에는 함박눈이 흩날렸고, 가끔 가다가 열린 창을 통해 눈꽃이 그녀의 손등으로 날아왔다. 이 순간, 온 세상이 부드러워지는 느낌이었다. 이때 문이 열렸다. 한송이가 저녁 도시락을 들고 활짝 웃으면서 들어왔다. “오빠, 내가 뭘 사왔......” 그녀는 눈앞의 광경을 보고 하려던 말을 삼켰다. 오랫동안 마음에 뒀던 남자가 세상 행복하다는 표정으로 다른 여자를 안고 있었다. 눈앞의 남자도 부드러운 면이 있었다. 다만 자신에게 보이지 않았을 뿐이지. 염정훈은 언짢은 듯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노크하고 들어오라고 몇 번 말했어.” 한송이의 머리에는 눈이 아직 다 녹지 않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