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4장

서정희는 손을 깨끗이 씻고 해부실에서 나왔다. 두 아이도 따라왔다. “엄마, 삼촌...” “응. 알고 있어. 나가서 놀아/” 차연준이 이곳에 나타난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 서정희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떠난 이후 염정훈은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았고 그에 대한 소식도 없었다. 떠나는 날이 다가올수록 서정희의 마음은 점점 편치 않았다. 염정훈이 그녀를 놓아준 것은 섬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그의 손바닥 안에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녀가 떠나려는 것을 안다면 분명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서정희의 시선이 진아영의 방문으로 쏠렸다. 차연준이 그녀를 데리고 나가려는 생각인지 모른다. 만약 진아영이 다시 돌아간다면 과거의 서정희보다 더 비참할 것이다. 염정훈은 적어도 처음부터 끝까지 서정희만을 사랑했다. 하지만 차연준은 아니다. 그의 눈에 진아영은 그저 장난감이었을 뿐 절대 명실상부한 신분을 주지 않을 것이다.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진아영은 여전히 무시당하는 여우 같은 존재이자 아이도 사생아이다. 만약 차연준이 어느 날 갑자기 진아영이 질리게 되면 그녀는 버림받을 것이다. 고생을 너무 많이 한 서정희는 진아영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에는 꼭 진아영을 데려가야 했다. 차연준이 진아영을 강제로 끌고 가자 진아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여기 왜 왔는데요?” 차연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 “방이 어디예요? 들어가서 얘기해요.” 진아영은 턱을 앞으로 치켜들며 한 곳을 가리켰다. 차연준은 그녀의 손을 잡아끌며 방으로 들어갔다. “도대체 무슨 일이예요? 웁...” 문이 닫히는 순간 차연준의 몸이 그녀를 감싸 안았다. 얇은 입술이 그녀의 입을 정확히 덮쳤다. “보고 싶었어요.” 진아영은 깜짝 놀랐다. 차연준이 이렇게 멀리까지 온 이유가 분명 중요한 일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멀리 달려온 그를 보며 진아영은 심지어 머릿속에는 그동안 자신이 처리했던 계약서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생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