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3장
정원정의 시선이 그녀의 양손에 달려있는 쌍둥이에게로 떨어졌다. 정원정은 입꼬리가 떨려왔다. “누나… 또 임신했다고요?”
서정희는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다. 양심을 걸고 맹세하는데 정한만 임신을 계획한 상태에서 가진 아이였다.
그 뒤로는 거의 관계를 가지지 않았다. 쌍둥이는 염정훈이 고열에 시달릴 때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얻은 아이들이었고 이번은 더욱 말이 안 되는 이유였다…
분명 의사 선생님이 임신하기 어렵다고 했었다. 어떻게 딱 두 번 했는데 그 두 번 다 임신을 했을까?
“요즘 자꾸 토하고 싶었는데 그전 입덧 증상과 비슷해서, 아마 임신이 아닐까 하고…”
“괜찮아요. 먼저 초음파 검사부터 해요. 이 동네에서 MRI는 안 되지만 초음파는 할 수 있어요. 임신 여부부터 확인하고 종양 검사는 그 다음에 해요.”
“응. 네 말 따를 게.”
병원으로 가는 길에 서정희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 민경과 해경을 임신했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 다들 아이를 지우고 치료 받을 것을 권했지만 그녀가 고집을 부리고 아이를 낳았다.
그렇게 아이를 낳겠다고 고집 부린 이유는 한편으로는 자신이 앞으로 다시는 임신을 하지 못할까 봐, 다른 한편으로는 그 아이가 염정훈과 자신의 사랑의 결실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염정한을 잃은 슬픔이 그녀로 하여금 모성애를 이 두 아이에게 걸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임성훈을 사랑하지도 않았고 지금 이 상황에 아이를 낳고 싶지도 않았다.
이 아이는 때를 잘못 찾아왔다.
“누나, 아이 낳고 싶지 않은 거예요?”
서정희는 말을 아꼈다. “원정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지금은 아이를 원하지 않아. 내 예감이 틀렸으면 좋겠어. 지금은 임신이 아니었으면 해.”
“알겠어요. 일단 검사부터 받아봐요. 임신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 부담 갖지 말고 만에 하나 정말 임신이라고 해도 중절수술 하면 되니까요. 괜찮아요.”
말은 그렇다 하지만 서정희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작은 마을의 병원은 오래되어 허름했다. 초음파실도 엉망진창이었다.
하얀 커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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