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큰 선물

주위에는 재밌는 구경거리를 보려는 눈빛으로 가득했지만 윤슬은 보고도 못 본 체했다. 그녀는 그저 웃는 것 같기도, 웃지 않는 것 같기도 하는 표정으로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부시혁을 힐끗 보고는 비로소 채연희를 보며 나른하게 입을 열었다. “일단은 초대받지 못했는데 이렇게 와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실검에 올라온 그 영상 누가 진짜라고 확신할 수 있나요? 6년 전의 일을 따지는 거라면 전 정말 억울하네요.” 말을 끝낸 그녀의 눈빛은 고유나에게 떨어졌다. 고유나의 낯빛은 하얗게 질렸고 황급히 부시혁의 몸 뒤로 숨었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광경을 보고 잇달아 윤슬을 나무랐다. “이 여자 정말 담이 크네. 6년 전에 사람을 치어놓고 어떻게 낯짝을 들고 파티에 온 거지?” “그러니까. 유나 아가씨 놀란 것 좀 봐. 정말 너무하네.” 채연희는 겁에 질린 소중한 딸의 모습을 보고는 윤슬이랑 실랑이를 할 기분이 아니었다. “정말 말을 똑 부러지게 잘하는 계집애구나. 네가 그렇게 억울하다면 경찰서에 가서 해명해.” 채연희가 전화를 하려는 찰나 부시혁이 막아섰다.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던 남자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윤슬, 여기는 네가 올 곳이 아니야.” 그녀를 위협한다고? 윤슬은 뜻밖에도 여전히 미소를 지키며 눈썹을 치켜세우고 비웃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그럼 제가 어디로 갈까요? 부시혁 씨, 어쨌든 당신과 저는 6년 동안 부부로 살았고 당신이 나에게 잘해주지 못했어도 저는 당신에게 미안한 일 한 적 없어요. 그 조작된 영상을 인터넷에 올려 저를 모욕하는 것은 저에게 앞으로의 살 길을 주지 않겠다는 건가요?” 부시혁은 움찔했고 비단함을 조금 세게 움켜쥐었다. 장용이 자신의 대표를 대신해 설명하려는 찰나 부시혁이 막아섰다. 그는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고유나는 널 추궁할 생각이 없으니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 윤슬은 가장 재밌는 우스갯소리를 들은 듯했다. “절 놀리는 거예요?” 그녀는 그들을 훑어보더니 느긋하게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유신우, 내가 고유나 아가씨를 위해 준비한 큰 선물을 가져와 봐.” 그러자 모두가 놀란 듯한 눈빛 아래 유신우는 프로젝터의 영상을 벽 스크린에 틀었다. 모두가 실검 영상과는 다른 영상을 보았다. 그때 고도식이 입을 열었고 그의 눈빛은 많이 어두워졌다. “윤슬 아가씨, 이게 진짜라고 어떻게 증명할 건가요? 지금은 기술이 발달했으니 뭐든 조작 가능한 게 아니겠어요.” 윤슬은 진즉에 그가 이런 질문을 할 줄 알았다. 그녀가 유신우를 힐끗 쳐다보자 유신우는 누군가에 전화를 걸었고 빠르게 문 앞에 있던 차 안에서 누군가 내렸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현장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는 사람이었고 그는 하이시에서 유명한 컴퓨터 기술 학자였다. 그의 말은 그 누구보다 믿음직스러웠다. “제가 윤슬 아가씨의 영상이 진짜란 걸 증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돌고 있는 그 영상은 누군가의 손을 거친 영상입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모든 사람들의 낯빛이 변했고 특히 부시혁의 표정이 정말 절묘했다. 그는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윤슬, 이제 만족해?” 육재원은 팔짱을 끼고 피식 웃었다. “아니 부시혁, 너 정말 불쌍해. 다른 사람 손안에서 바보처럼 놀아나다니 말이야! 영상 얘기는 둘째치고, 그때 그 사고는 네가 조금만 관심을 갖고 사건 담당자를 찾아가서 확인을 했다면 진상을 바로 알 수 있지 않았겠어?” 부시혁의 낯빛은 극도로 차가워졌고 온기 없는 검은 눈동자가 고유나에게로 향했다. 눈 밑에는 솟구치는 남모를 분노가 숨겨져 있었고 매우 위험해 보였다. 고유나는 당황스러웠다. 윤슬이 증거를 갖고 올 줄은 몰랐다!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고 눈밑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난... 난 널 속이지 않았어... 난 아니야... 내 말 좀 들어봐...” 지금 이 순간 그녀의 변명은 너무 무색했다. 사실은 눈 앞에 있는데 그녀가 무슨 말을 하든 소용이 없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육재원은 속이 후련했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부시혁, 네가 모를 것 같아서 하는 얘긴데. 고유나가 의식불명 상태였던 몇 년 동안 우리 윤슬이 계속 병원에 가서 그녀에게 헌혈을 해준 거야. 만약 윤슬이 고의로 고유나를 치었던 거라면 계속 헌혈을 해줬을까? 다 널 위해서였다고. 정말 웃겨, 자기가 똑똑한 줄만 알고 눈은 멀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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