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4장
나는 몸을 움직이며 그를 밀어내려 했지만 뜻밖에도 하지훈이 먼저 물러섰다.
그러고는 곧바로 커다란 손으로 나를 힘껏 밀어냈다. 나는 그대로 책상에서 굴러떨어졌다.
다행히도 빠르게 반응해 두 손으로 바닥을 짚었기에 배를 다치지는 않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본능에 휘둘린 듯 조급해 보이던 하지훈은 이제 셔츠 소매와 넥타이를 정리하며 다시 냉정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책상 앞으로 돌아가 앉았다.
반면 나는 셔츠 단추 몇 개가 풀려 속옷이 보일 정도였고 청바지 단추와 지퍼까지 다 열린 상태였다. 완전히 처참한 몰골이었다.
그리고 문 앞에 서 있는 고청하는 마치 순진하고 무고한 척하는 얼굴로 다른 여자와 남편을 현장에서 잡아낸 아내처럼 서 있었다.
하지훈은 옷을 다 정리한 후 느긋하게 의자에 앉아 담배를 꺼내 피웠다.
고청하의 모습을 보고도 미안한 기색 하나 없는 하지훈을 보니 나도 딱히 당황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훈이 당황하지 않으니 나도 덩달아 옷을 천천히 정리했다.
하지만 내심 의문이 들었다. 고청하가 하지훈의 공식 연인이라면서도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말도 없이 조용한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폭발할 법도 한데 왜 이 여자는 싸우지 않는 걸까?
만약 내 남자 친구나 남편이 다른 여자와 이런 상황에 놓였다면 나는 당장 둘을 붙잡고 난리를 쳤을 거다.
하지훈은 여유롭게 담배를 피웠고 우리 셋 사이에는 한동안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나는 서둘러 옷을 고쳐 입고 서 있었다. 그때 고청하가 한 발짝 다가오더니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나에게 물었다.
“아영 씨, 여기 무슨 일로 오셨어요? 달동네에서 일하고 계신 거 아니었나요?”
나는 차갑게 대답했다.
“하 대표님께서 여기서 일하라고 하셔서 왔어요. 궁금한 게 있으면 하 대표님께 직접 물어보세요.”
“아, 그렇군요.”
고청하는 여전히 가식적인 미소를 띠고 있었고 이 상황이 전혀 놀랍지 않다는 듯 보였다. 아마도 하지훈이 이미 그녀에게 내 이야기를 다 했을 것이다.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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