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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장

그 말이 끝나자마자 한 줄기 서늘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나와 장민지는 동시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장민지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복화술로 물었다. “설마 대표님이 우리 뒤에 있는 건 아니겠죠?” ‘고청하랑 같이 밥 먹는다고 하지 않았나? 여기에 있을 리가 없지.’ 천하의 회사 대표가 사내식당에 밥 먹으러 온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금 그 서늘한 목소리는 분명히 하지훈의 목소리다. 장민지는 온몸이 굳어졌고 내 팔짱을 낀 손을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이제 어떡해요?” 장민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얼른 밥 먹으러 가요.” “어떻게 그냥 가요. 대표님이 아영 씨한테 말하는 것 같은데...” “괜찮아요. 못 들은 척하면 되니까.” 장민지와 함께 황급히 식당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 커다란 그림자가 갑자기 내 앞을 가로막았는데 다름 아닌 하지훈이다. 그의 표정은 어두웠고 온몸에서 분노를 내뿜고 있는 것 같았다. 장민지는 깜짝 놀라더니 겁은 질린 채로 내 손을 뿌리치고 도망갔다. 부랴부랴 도망치는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이가 없었다. 직원들 사이에서 무서운 존재로 여겨지는 게 이상할 건 없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후회해?” 하지훈이 물었다. 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태연하게 그를 바라보며 답했다. “뭐?” 정말 변덕스러운 남자다. 당장 눈앞에서 꺼지라며 소리칠 땐 언제고 이제는 오히려 먼저 말을 걸려고 하니 도대체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다. “이혼한 거 후회해?” “내가? 아니, 난 후회한 적 없는데?” 뜬끔없는 질문이 당황스럽게 느껴졌다. ‘내가 언제 이혼한 걸 후회한다고 했어, 이혼할 때 위자료를 챙기지 않을걸 후회한댔지.’ 제멋대로 생각하는 하지훈이 이해가 안 되는 순간이다. 하지훈은 갑자기 가까이 다가오더니 싸늘한 눈빛으로 뚫어져라 나를 쳐다봤다. 그러자 옆에 있던 고청하가 그의 팔을 잡아당기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우리 얼른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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