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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장

“하지훈, 사실 난...” “지훈 오빠!” 내가 막 입을 열려던 순간 하지훈의 뒤에서 갑자기 부드럽고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몸을 굳히며 가슴속에서 일렁이던 감정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걸 느꼈다. 그러고는 자조 섞인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어떻게 고청하의 존재를 잊었지?’ 조금 전 하지훈의 저음 목소리에 잠시 마음을 빼앗겨 나는 하마터면 그에게 진심을 털어놓을 뻔했다. 하지훈은 여전히 어두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의 가슴을 살짝 밀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청하 씨 왔어.” “도아영!” 하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집스럽게 말했다. “아까 내 질문에 먼저 대답해.” “어떤 대답을 듣고 싶은데? 말해봐.” 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잠시 눈을 마주치던 와중 하지훈의 눈빛이 서서히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그게 무슨 뜻이야?” 나는 시선을 피하며 담담히 말했다. “별 뜻 없습니다. 대표님께서 듣고 싶은 대답은 뭐든지 말해드리겠습니다.” “도아영!” 하지훈은 내 어깨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나는 아파서 미간을 찌푸렸지만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표님도 참 이상해요. 듣고 싶은 답을 말해주겠대도 화를 내시네요.” “그럼 네 진심은 뭐야?” 그는 내 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 검고 깊은 눈빛은 마치 사람의 영혼을 빨아들일 것만 같았다. 하여 나는 시선을 돌리며 작게 말했다. “제 진심 따위는 없어요. 하지만 대표님께서 정말 전 좋아해 주신다면 저로선 영광이죠.” ‘웃겨. 자기 마음엔 이미 고청하가 있으면서 왜 굳이 나에게 와서 진심을 확인하려는 거야?’ 내가 만약 고백이라도 했다면 하지훈과 고청하는 나를 조롱하며 나를 절망의 심연 속으로 밀어 넣었을 거다. 순간의 감정에 휩싸여 솔직히 그에게 내 마음을 말할 수도 있겠지만 고청하가 있는 이상 현실을 마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훈이 좋아하는 건 고청하이고 싫어하는 건 나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그에게 마음을 고백한다는 건 자존심을 버리는 일일 뿐이었다. 얼굴이 어둡게 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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