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강도윤의 삶은 어느새 회사와 집, 단 두 점으로 축소되어 있었다.
그는 영혼이 빠져나간 기계처럼 정해진 프로그램대로 움직였다.
밤의 강성시는 여전히 휘황찬란했지만 차창 밖 네온사인은 그의 무표정한 얼굴을 스치며 지나갈 뿐이었다.
차가 빨간불 앞에서 서서히 멈췄다.
그때, 인도에서 베이지색 트렌치코트를 입은 키 큰 여자가 바람에 헝클어진 긴 머리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 옆모습의 윤곽이 번개처럼 그의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강타했다.
민세희였다.
적어도 그렇게 보였다. 심장이 쿵 하고 조여들며 멎는 듯했다.
그는 차가 완전히 멈추기도 전에 그는 문을 밀치고 뛰어내렸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거의 달려가듯 그녀에게 다가갔다.
“세희야!”
그는 여자의 손목을 꽉 잡았다. 그 힘은 지나치게 거칠었고 목소리에는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한 떨림과 간절함이 뒤섞여 있었다.
여자는 깜짝 놀라 뒤돌아보며 당황한 표정을 드러냈다.
“실례합니다? 사람 잘못 보신 것 같은데요?”
민세희가 아니었다.
그 눈에는 그가 익히 알고 있던 고집스러운 냉랭함도, 제멋대로인 광채도 없었다. 오직 순수한 놀라움과 어리둥절함만이 가득했다.
강도윤의 눈동자에 순간적으로 타오르던 빛이, 마치 찬물에 젖은 잿더미처럼 순식간에 꺼져버렸다.
그는 천천히 손을 놓고 마른침을 삼키며 낮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착각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무자비한 상실감이 해일처럼 밀려와 온몸을 덮쳤다.
차로 돌아온 그는 등받이에 깊숙이 기대어 눈을 감았다. 창밖을 다시 볼 마음조차 없었다.
그는 민세희와 너무 오래 함께했다.
10년, 3천 일이 넘는 시간 동안 그녀의 작은 표정 하나하나가 이미 뼛속 깊이 새겨져 있었다.
인생에 몇 번의 10년이 있을까?
그는 정말 너무나, 참을 수 없을 만큼 그녀가 그리웠다.
그래서 그는 일에 자신을 몰아넣고 모든 감각을 마비시키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며칠 후, 거절하기 어려운 접대 자리가 있었다.
그날 그는 평소보다 술을 몇 잔 더 마셨다. 알코올이 위장을 태웠지만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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