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3장

잘 재단된 양복을 입은 그는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온몸으로 차가운 분위기를 내뿜고 있다가 백은우가 들어오자 한마디 물었다. “이제 말할 수 있어요?” “왜 이렇게 소희 누나의 블랙리스트에서 나오려고 집착하는지 제가 먼저 물어봐도 될까요?” 백은우가 입을 열었다. 성진영은 자기도 모르게 대표님을 쳐다보았다. 대표님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걸 그는 직감했다. “연락을 끊으려면 내가 끊어야 해요.” 나영재의 눈빛에 감정이 일렁였다. “그녀가 아니라, 말이에요.” 블랙리스트에 넣는 것도 그가 해야 했다. 게다가 안소희는 나영재를 계속 속이고 있었다. 성진영: “…” 백은우: “…” 백은우는 나영재가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그냥 소희 누나를 삭제하면 되잖아요? 이러면 당신이 먼저 연락 끊은 거 아닌가요?” 나영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주시했다. 아무 말도 안 하고 매서운 눈빛도 아닌데 무섭게 느껴졌다. “정말 소희 누나의 블랙리스트에서 나오려면 소희 누나에게 당신이 가치가 있다고 느끼게 해야 해요.” 백은우가 진지하게 말했다. “지금 이대로는 무슨 짓을 해도 빼주지 않을걸요.” 나영재의 눈빛이 더욱 짙어졌다. 이렇게 융통성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안소희의 친구가 될 수 있었는지 의아했다. “그뿐만 아니라…” 백은우는 잠시 머뭇거리며 뒷말을 해야 할지 망설였다. 나영재: “그뿐만 아니라 뭐죠?” “당신은 소희 누나의 전남편이잖아요.” 백은우는 손가락을 뻗어 얼굴을 긁으며 감히 나영재의 얼굴을 쳐다보지 못했다. “소희 누나는 감정에 대한 기준이 있어요. 합격한 전임자는 죽은 사람처럼 지내야 해요.” “첫사랑은요?” 나영재가 갑자기 물었다. “첫사랑과 헤어진 후 연락을 하지 않았어요?” 안소희는 그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나영재는 영우가 개최한 파티에 참석했던 적을 잊을 수 없었다. 안소희가 진실게임에서 졌고, 영우는 첫사랑에게 전화하라고 했다. 그때 안소희가 보여줬던 반응을 그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녀는 잠자코 있다가 ‘술 마실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