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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5장

“소희 전화야. 급한 일인가 봐.” 현규는 평소 잠에서 덜 깬 듯한 나른한 말투로 말하면서 휴대폰을 건네주었다. “받아.” 안소희는 전화 너머에서 심서가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심서는 바로 전화를 받지 않고 현규에게 조건을 말했다. “내가 이 전화를 받으면 조금이라도 용서해 줄 거야?” “나영재는 네 환자야.” 심서가 일깨워주었다. “내 환자가 아니잖아.” 다시 원래대로 쌀쌀해진 현규를 보며 심서는 미칠 것 같았다. ‘안 받으면 현규는 나를 무책임한 사람으로 보겠지. 그런데 받으면 나영재 보러 가야 하잖아. 내가 여기 들어와 살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고민 끝에 그는 마지못해 휴대폰을 받고 심호흡을 한 후 입가에 미소를 짓고 말했다. “여보세요.” “심서 씨?” “저예요.” “나영재의 지력이 완전히 돌아온 것 같아요.” 안소희는 자신의 추측부터 말한 후 본론에 들어갔다. “그런데 심리상 문제가 생겼는지, 성격이 너무 달라졌어요.” 예상밖의 말을 들은 심서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설 전까지 자신이 완전히 회복했다는 사실을 숨기라고 하더니 벌써 들킨 거야?’ “무슨 일 있었어요?” 그의 질문에 안소희는 오늘 밤 있었던 일을 쭉 얘기한 후 이상하게 생각되는 부분들을 강조했다. 심서는 안소희의 말을 듣고 나서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왜 거절했어요?” 안소희는 어이가 없었다. ‘좋아하지 않는데 그럼 거절하지, 받아들여?’ “그의 상황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라고 전에도 말씀드렸잖아요.” 심서는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강조했다. “기억 상실에 지적 장애까지 겹쳤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따뜻한 환경에서 생활하면서 어떠한 자극도 받지 말아야 한다고요.” “네.” “그걸 알면서 왜 거절하셨어요?”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프러포즈를 받아주면 그에게 더 큰 상처가 될 수 있으니까요.” “일단은 그를 안정시켜야죠.” 심서는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는 머리를 굴려 그럴듯한 제안을 했다. “제가 외국에 가서 약을 가져올 테니 요 며칠은 어떠한 자극도 주지 마세요.”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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