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7화
하재은은 돈을 받지 않고 귀여운 목소리로 물었다.
“방금 그거 다 거짓말이야. 나 하나도 안 아파. 너 어디 가서 놀 거야? 나도 같이 놀면 안 될까?”
“안 돼.”
차동연이 단호하게 거절하고는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갔다.
하재은은 포기하지 않고 차동연 곁으로 뛰어가 그의 손을 잡았다.
“제발 같이 놀자. 나 말 잘 들을게.”
차동연은 낯선 사람이 자신을 만지는 걸 싫어했다. 특히 손잡는 것과 같은 진한 스킨십은 더욱 싫어했다.
하여 차동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본능적으로 하재은을 밀어냈다.
그러자 하재은은 바닥에 주저앉았고 이내 코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차동연은 잠시 멈칫하더니 곧장 하재은 곁에 움츠려 앉아 여린 목소리로 말했다.
“고개를 들어 올려.”
차동연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침착하고 성숙했다.
하재은이 순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차동연은 휴지를 꺼내 하재은의 코피를 부드럽게 닦아주고는 바닥에서 하재은을 일으켜 세운 뒤 딱딱한 말투로 사과했다.
“미안해.”
하재은은 달콤한 미소를 보이며 환하게 웃었다.
“괜찮아.”
미소를 짓는 순간 코피가 또 흘러내렸다.
차동연은 미간을 찌푸렸고 얼굴에는 자책과 걱정이 가득했다.
“또 코피나. 안 되겠다. 우리 의사 선생님께 가자.”
하재은은 코를 꼭 눌러 막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네가 밀어서 코피 나는 거 아니니까 의사 선생님께 안 가도 돼. 나 병 때문에 코피 나는 거야.”
그러자 차동연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병? 무슨 병?”
“엄마가 말 안 해줬지만, 다른 사람이랑 통화하는 거 들었어. 백설병이라고 했던 것 같아. 이름이 예쁘지?”
차동연은 표정이 확 굳어졌다.
“백설병이 아니라 백혈병이야.”
하재은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어차피 다 똑같아.”
차동연이 말했다.
“너 어서 엄마한테 가. 나 따라오지 말고.”
“엄마가 바빠서 나랑 안 놀아줘. 그러니까 네가 나랑 놀아주면 안 돼?”
차동연은 무표정으로 거절하려 했지만, 입을 여는 순간 다른 말이 나와버렸다.
“뭐 하고 놀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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