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화

“쾅.” 차건우는 의료 기구를 발로 차서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 소리는 귓전을 울릴 만큼 컸다. 하지안은 두려움에 떨며 몸을 가볍게 떨었고 겁에 질려 등을 벽에 바싹 붙인 채 웅크려 앉았다. 차건우가 다가와 험악한 표정으로 그녀의 목을 움켜쥐며 말했다. “내 눈앞에서 오랫동안 수작을 부리는 게 죽고 싶은 거야?” 하지안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심장이 쪼그라드는 듯했고 숨쉬기가 힘들어 호흡이 가늘어졌다. 무의식적으로 발버둥 치며 그의 손을 힘껏 밀어냈지만 여자의 힘으로 남자를 이길 리가 없었다. 눈을 뒤집은 채 다음 순간 질식할 것 같은 공포가 몰려왔다. 차건우는 걷잡을 수 없는 분노로 손을 더욱 세게 조였다. 그러자 하지안은 발버둥 치는 것을 포기하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 순간 갑자기 목이 풀리며 산소가 폐 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콜록... 콜록...” 하지안은 괴로움에 침대 곁으로 엎드려 격렬하게 기침했다. 진정된 후 그녀는 핏기 없는 얼굴로 말했다. “나를 죽이려던 거 아니었어요? 왜 손을 놨어요?” 차건우는 음산한 목소리로 답했다. “내 손을 더럽히고 싶진 않아. 말해, 네 뱃속의 핏줄은 누구거야?” 하지안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몰라요.” “하하.” 그는 냉소했다. “정말 모르는 거야 아니면 말하고 싶지 않은 거야?” “나... 정말 몰라요.” 차건우는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정말 더럽군.” 하지안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설명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몰라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날 밤 하지안은 수치심에 휩싸였다. 잘못된 방에 들어가 낯선 남자와 잠자리를 가졌고 임신까지 하게 된 사실이 그녀를 옭아맸다. 말하려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아마 믿지 않을 테니까. 그러나 그녀의 침묵은 차건우의 눈에 묵인하고 할 말이 없는 태도로 비쳤다. 순간 차건우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다. “어디서 굴러온지도 모르는 아이 때문에 감히 나까지 속여? 하지안 내가 네 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