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화

한편 차건우는 밤새 한숨도 이루지 못했다. 하지안을 떠올릴 때마다 관자놀이가 저릿하게 욱신거려 그녀를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은 충동만 치밀어 올랐다. 이른 아침부터 회사의 고위 임원들까지 그의 화풀이를 당해 곤욕을 치렀다. 오후가 되자 한문호가 그를 찾아 회사로 왔지만 차건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는 평소 차건우가 자주 들르던 술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방 문을 열자 차건우가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문호는 순간 자신이 환각이라도 본 줄 알았다. 눈을 비벼도 사라지지 않는 차건우는 오히려 싸늘한 눈길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쯧쯧.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보네. 일벌레로 소문난 차 도련님이 대낮부터 술을 마시고 있다니. 기이한 일이군.” 한문호는 능청스럽게 웃으며 그의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그러나 차건우는 대꾸조차 하지 않고 술만 들이켰다. 보다 못한 한문호가 술병을 빼앗으며 능글맞게 말했다. “무슨 큰일이라도 터졌어요? 나도 좀 웃게 얘기 좀 해봐요.” “닥쳐.” 짧고 매서운 한마디가 날아왔다. 한문호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 “혹시 작은 형수님이랑 또 싸운 거예요?” “아니.” 차건우는 술병을 빼앗아 다시 입에 들이켰다. “그 말 귀신한테 해도 웃을걸요. 싸운 것도 아닌데 이 시간에 술집에 앉아 있다고요?” 한문호는 어깨를 으쓱였다. “내 마음이야. 그냥 술이 마시고 싶을 뿐이지.” “...” 한문호는 입술을 삐죽이며 웃음을 지었다. “끝까지 강한 척이네요. 작은 형수님 말고는 건우 씨를 이렇게 미치게 만들 수 있는 여자는 본 적도 없거든요.” 순간 차건우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그는 차갑고 격노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내 앞에서 다시 하지안 이름을 꺼내면 당장 좇아낼 거야.” 한문호는 잠시 멍해 있다가 눈치껏 입을 다물었고 그가 그렇게 화가 난 모습은 처음 보았다. 차건우는 온몸이 불덩이 같아 조금만 건드려도 금세 타올라 버릴 것 같았다. 방 안은 다시 정적에 잠겼다. 차건우는 말없이 술병을 붙들고 연달아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