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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일주일 뒤, 서윤성은 넓은 책상 뒤에 앉아 손끝에 지표 한 장을 끼운 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지표는 그대로 되돌아왔다. 가장자리에는 접힌 자국 하나 없었다. 마치 그 안에 적힌 거액이 누군가에게는 그저 거슬리는 종잇조각에 불과했던 것처럼 말이다. 서윤성은 조민아가 해외에서 불편할까 봐 일부러 돈을 보냈다. 여러 사람을 거치고, 특별한 경로까지 동원해서 겨우 조민아의 손에 쥐여 주었다. 그런데 조민아는 보지도 않은 듯 그대로 돌려보냈다. 되돌아온 건 지표뿐이 아니었다. 중간에 낀 사람이 전해 준 말 한마디가 함께였다. 차갑고 날카로워서 숨이 턱 막혔다. “서 소장님 돈은... 쓰고 싶지 않대요.” 서윤성은 그 말을 하는 조민아의 얼굴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예쁜 눈매는 분명 살짝 올라가 있을 테고, 조민아 특유의 태연한 자존심이 묻어났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완전히 선을 긋는 조민아의 표정이 생각났다. ‘쓰고 싶지 않다고...’ 그 한마디가 얼음 바늘처럼 서윤성의 심장에 박혔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민아는 서윤성의 돈을 쓰는 걸 당연하게 여겼다. 마음에 든 보석, 갖고 싶은 드레스, 심지어는 순간 기분 내고 싶다며 한정판 스포츠카를 보러 가던 날까지, 조민아는 서윤성의 팔을 흔들며 당당하게 말했다. “서윤성 결제!” 그때 서윤성은 조민아가 너무 헤프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의지와 기대가 싫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조민아는 서윤성의 돈을 단 한 푼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이렇게 칼같이 갈라서는 건, 어떤 말다툼이나 원망보다 더 숨을 막히게 했다. 서윤성은 지표를 구겨 쥐었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만큼 힘을 줬고, 얼굴빛은 금방이라도 물이 뚝뚝 떨어질 만큼 어두웠다. 풀 곳 없는 그런 답답함은 그대로 훈련장까지 따라왔다. 햇볕이 머리 위에서 작렬하는 한낮, 병사들은 평소처럼 전술 훈련을 하고 있었다. 새로 들어온 신병 하나가 긴장한 탓에 장애물을 넘는 동작이 조금 느려졌다. 뒤따르는 소대의 흐름이 잠깐 흔들렸다. 원래라면 더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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