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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짝!” 날카로운 손바닥 소리가 거실을 갈랐다. 서윤성의 뺨이 그대로 돌아가며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서윤성은 충격에 고개가 옆으로 꺾였고, 그제야 술기운이 반쯤은 깨는 것 같았다. 서윤성이 멍하니 고개를 들자, 눈앞에는 한은별이 서 있었다. 한은별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고, 뺨에는 눈물이 흥건했다. “서윤성!” 한은별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건 울음 섞인 비명이었고, 무너져 내린 사람의 절규였다. “똑바로 봐. 똑바로 보라고! 나 누구야, 내가 누구냐고! 난 조민아가 아니야. 한은별이야. 네가 그렇게 마음에 품고 있던, 한은별!” 그 마지막 말과 함께, 서윤성이 붙잡고 있던 마지막 자기기만이 산산이 부서졌다. 서윤성은 온몸을 떨며 울고 있는 한은별을 바라봤다. 방금 전까지 눈에 가득하던 취기와 광기 어린 기쁨은 밀물처럼 빠져나가고, 남은 건 비참함과 고통, 그리고 뼛속까지 스며드는 피로감뿐이었다. 한은별은 서윤성의 눈동자에 비친, 자기의 모습을 보면서도 그 안에서 예전의 깊은 애정이나 연민을 단 한 조각도 찾지 못했다. 한은별은 그제야 깨달았다. 아무리 애를 쓰고, 아무리 흉내 내도, 조민아라는 여자는 이미 이 남자의 마음속에 독가시처럼 박혀 있었다. 한은별이 있던 자리를 밀어내고, 심지어 한은별보다 더 깊숙이 박혀 있었다. “서윤성... 나 너 정말 미워. 너도, 너희도... 다 미워!” 한은별은 비명처럼 울부짖고는 서윤성을 거칠게 밀쳐 냈다. 그리고 그대로 등을 돌려, 끝이 보이지 않는 밤 속으로 뛰쳐나갔다. 서윤성은 쫓아가지 않았다. 서윤성은 그 자리에 굳어 선 채로 가만히 있었다. 뺨에는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고, 공기 속에는 아직도 희미하게 서윤성이 착각했던 그 장미 향이 맴도는 것만 같았다. 서윤성은 손등으로 얼굴을 거칠게 훔쳤다. 비틀거리며 소파까지 걸어가더니, 그대로 무겁게 쓰러졌다. 차가운 가죽 소파에 얼굴을 파묻고, 죽어 가는 짐승 같은 낮고 눌린 신음을 토해 냈다. ‘이대로는 안 돼. 더는 이렇게 살 수 없어. 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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