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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문가영은 당황한 채 눈을 깜빡이며 멍하니 진수빈을 바라봤다. 진수빈을 따라 함께 온 여민지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도 마침 음식을 주문했는데 같이 먹어요. 그래도 진 선생님이 특별히 와서 물건까지 들어주시니 감사하네요.” 문가영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이제야 알겠다. 진수빈이 먼저 물건을 가지러 동문에 가겠다고 자처한 이유, 그녀가 따라오는 게 성가시다고 한 이유를. 여민지를 찾으러 간 것이니 그녀와 함께 가는 게 불편할 수밖에. 방우지는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고 습관처럼 대화를 이어가며 분위기를 띄웠다. “오늘 여 선생님 생일이세요? 이런 우연이.” 그의 말이 끝나자 곧이어 다른 의사가 불쑥 끼어들었다. “문씨 가문에서 병원에 기기 증정한 것도 여 선생님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였군요? 아이고, 선생님께서 우리 병원에 오시고 저희도 그 덕을 보네요. 생일 축하드려요.” 그 말을 시작으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여민지에게 열띤 축하를 보냈다. 문가영은 웃고 떠드는 소리에도 자신은 홀로 동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함께 맞춰주며 웃을 힘조차 없었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꽉 막혀서 답답했던 그녀는 여민지 옆에 있는 진수빈을 바라보았지만, 그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 여민지와 대화하고 있었다. 진수빈의 키가 188인 반면에 문가영은 겨우 그의 어깨 정도에만 닿았지만 한번도 그녀를 이토록 세심하게 배려해 준 적이 없었다. 문가영의 청력도 그리 좋지 않아 열심히 귀를 기울여야만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겨우 알아듣는 것도 미처 생각지 못할 거다. 모두가 웃고 있을 때 유독 어울리지 못하는 한 사람이 눈길을 끌었다. 누군가 문가영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채고 걱정스레 물었다. “문 간호사님, 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 콕 집어 지목당하자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고 진수빈과 여민지도 이쪽을 돌아보았다. 꿰뚫어 보는 듯한 진수빈의 시선에 문가영의 머릿속이 지끈거리며 여민지를 건드리지 말라던 말이 떠올랐다. 심장에 아릿한 통증이 퍼져 나갔지만 시선을 바닥으로 보낸 채 오른손으로 귀를 누르며 느리게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보청기에 갑자기 문제가 생겨서 소리가 잘 안 들리네요. 잠깐 나갔다 올게요.” 말을 마친 그녀는 주위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귀를 감싼 채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식당 문을 막 나서는 순간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참 안타깝네요. 문 간호사님은 다 좋은데 하필 귀머거리네.” 문가영이 듣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거리낌 없이 하는 말 같았다. 그녀는 걸음을 멈칫하다가 손으로 귀를 더 꽉 막고 발걸음을 재촉해 뛰쳐나갔다. 귓가에 더 이상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쯤 문가영은 정원에 멈춰 서서 귀를 감싸고 있던 손을 내려놓은 채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한참을 앉아 있어도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별생각이 다 들었다. 예전엔 그녀도 문사라가 직접 만든 생일 케이크를 받았었는데... 그뿐인가, 문사라는 그녀를 위해 많은 선물까지 건넸고 진수빈을 닦달해 함께 준비하기도 했다. 문사라는 그녀가 진수빈을 좋아한다는 걸 아는 유일한 사람이었고,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웃어주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했다. “우리 가영이는 어쩜 이렇게 귀여울까.” 문가영의 가슴 속 시린 감정은 뼛속까지 스며들 기세로 점점 퍼져만 갔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언니, 언니가 만든 케이크 먹고 싶어.” 순간 전화벨이 울리며 그녀 앞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고개를 숙이고 확인하니 절친 진예인의 전화였다. 그런데 통화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진수빈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문가영.” 그녀는 깜짝 놀라 진수빈을 올려다보았다. 희미한 저녁노을을 뒤로 한 채 그녀 앞에 서 있던 진수빈은 문가영의 촉촉한 눈동자를 보고는 잠시 멈칫했다. 그러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울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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