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문가영은 딱 1시에 맞춰서 병원에 도착했다. 회의실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함영희가 작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5번 환자의 가족이 와서 우리 병원의 사람이 일부러 소식을 퍼뜨린 거라고, 당장 책임지라고 했대요.”
회의실 중앙에는 원장과 주임교수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환자복을 입은 창백한 얼굴의 여자가 있었다.
문가영은 눈을 깜빡이다가 그제야 생각났다. 그 환자는 바로 진수빈의 사무실에서 마주쳤던 환자였다.
그때는 제대로 볼 틈이 없어서 알아보지 못했다.
회의 내내 원장은 환자들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해 얘기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이 얼마나 엄중한지 얘기하면서 꼭 범인을 잡아내겠다고 했다.
마치 얼른 자수하라는 것 같았다.
함영희는 문가영과 함께 회의실을 나가면서 고개를 저었다.
“정말 어이없네요. 간호사 중에서 5번 환자를 본 적 있는 사람은 몇 안 되는데, 그 사람들만 조사하면 되지, 왜 우리까지 부른 거래요?”
문가영은 회의실 안쪽을 쳐다보았다. 진수빈이 원장과 얘기하고 있었고 5번 환자도 그 옆에 있었다.
함영희는 문가영의 시선을 따라 눈을 돌리더니 얘기했다.
“맞다, 진 선생님이 바로 5번 환자 주치의였는데, 들은 적 없어요?”
문가영은 미간을 약간 찌푸리고 얘기했다.
“그런 비밀을 왜 나한테 얘기하겠어요.”
문가영은 다시 진수빈을 쳐다보았다.
곧은 등 위로 하얀 가운이 덮어져 청초하고 우아해 보였다.
문가영은 진수빈의 옆태밖에 보지 못했지만 그들의 표정을 보니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입술을 만 문가영은 저도 모르게 걱정이 되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병원의 분위기는 우울하기만 했다. 큰 소리로 얘기하는 사람도 없었다. 다들 입을 꾹 다물고 자기가 할 일만 했다.
문가영은 병원에서 진수빈이 퇴근하는 것을 기다렸다. 진수빈이 사무실에서 나오자 문가영이 따라나섰다.
진수빈이 문가영을 힐긋 보더니 물었다.
“무슨 일이지?”
문가영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
“아까 회의실에서 원장님이랑 무슨 얘기를 나눈 거예요? 엄청 심각해 보이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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