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5화

집에 도착할 때까지 문가영의 머릿속에는 문지성이 했던 말로 가득 찼다. 진수빈은 여민지의 양아버지가 그랬다는 사실을 진작 알았으면서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다. 문가영은 의아했다. ‘대체 왜?’ 그녀가 여민지를 찾아가서 귀찮게 굴까 봐? 아니면 그에게 그녀의 서러움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서? ‘어쩐지.’ 문가영은 순간 모든 걸 알 것 같았다. 배후를 찾아내 같이 찾아가자던 그가 이젠 입을 꾹 닫아버린 이유를. 집 앞에 도착하자마자 진수빈과 마주쳤다. 문가영은 아직 감정이 진정되지 않은 상태라 진수빈을 지금 당장 보고 싶지 않았다. 문 앞에 멈춰 선 그녀는 돌아서서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뭘 사는 걸 깜빡했네요. 갔다 올게요.” “같이 가.” 문가영의 목소리가 반사적으로 다소 높아졌다. “필요 없어요!”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그녀는 다시 목소리를 억누르고 낮은 목소리로 이렇게 설명했다. “중요한 물건 아니니까 혼자 가도 돼요.” 진수빈은 대답하지 않고 시선을 내린 채 문가영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안색이 다소 창백해져 있었다. 긴장한 상태거나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했다. 진수빈의 목울대가 꿈틀거리며 부드러운 어투로 물었다.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문가영의 몸이 경직되며 허리를 곧추세웠다. “없어요. 그럴 필요도 없고요.”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서 가려는데 진수빈이 문가영의 손목을 잡았다. 뒤를 돌아본 문가영의 눈에는 슬픔이 번쩍였다. 진수빈의 눈빛은 어두워졌고 문가영의 손목을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주며 말없이 곧장 집으로 데려갔다. 문이 닫히는 순간 그의 목소리도 한층 더 차갑게 가라앉았다. “말해. 문지성이 너한테 무슨 말을 했는지.” 그는 문가영이 오늘 문지성을 만나러 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침에는 분명 멀쩡했는데 지금은 달라진 모습에 진수빈의 마음도 무겁게 내려앉았다. 지금 문가영의 상태로는 그 어떤 자극도 받지 않는 게 최선이었다. 그래서 여민지 양아버지 사건을 포함해 그 어떤 것도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다. 문가영의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