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6화

오히려 차갑기만 했다. 그녀는 문가영을 바라보더니 단 한마디만 남겼다. “넌 내 동생이 될 자격이 없어.” 문가영은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중얼거렸다. “아니야... 아니라고...” 그녀의 얼굴은 이미 공포로 굳어 있었다. 몸을 잔뜩 웅크리고는 무릎을 끌어안았다. 그렇게 하면 귓가를 맴돌던 소리들이 멀어질 거라 믿었지만, 오히려 그 소리들이 점점 더 크게 들려왔다. 그때, 여민지와 문사라가 함께 눈앞에 나타났다. 그녀를 가식덩어리라며, 은혜를 저버린 배은망덕한 인간이라며 몰아세웠다. 창밖에는 옅은 달빛이 번지고 있었다. 문가영은 비틀거리며 침대에서 발을 내디뎠다. 머릿속에 남아 있는 건 단 하나, 머릿속을 파고드는 그 목소리들을 어떻게든 끊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 다시 눈을 떴을 때, 문가영은 병원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코끝을 파고드는 건 매캐한 소독약 냄새였다. 시야가 또렷해지자마자 손서희와 유정원의 눈이 벌겋게 부어 있는 게 보였다. 유진성 역시 눈 밑이 퀭하게 꺼져 있었다. 세 사람 모두 다 잠옷 차림 그대로였다. 손서희는 그녀가 깨어난 걸 확인하자 눈물을 왈칵 쏟았다. “가영아, 엄마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어. 어떻게 이렇게 어리석은 일을 할 수 있니...” 유정원은 금방이라도 울 듯한 얼굴로 물었다. “누나, 저 버리고 갈 작정이었어요?” 문가영은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그 말을 하고 나서야 왼쪽 손목에 묵직한 통증이 전해졌다. 고개를 숙이니 하얀 붕대가 칭칭 감겨 있었다. 잠시 말없이 그 붕대를 바라보던 그녀의 머릿속에는 전날 밤의 기억이 서서히 떠올랐다. 그녀는 멍하니 자신의 손목만을 바라봤다. 유정원은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누나, 이런 일은 다시는 없을 거라고 약속해요. 저 진짜 겁이 많다고요...” 문가영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병실 문이 먼저 열렸다. 진수빈과 임슬기였다. 임슬기는 온통 걱정스러운 얼굴이었지만 진수빈의 표정은 싸늘했다. 임슬기가 그녀의 손을 잡고 많은 얘기를 쏟아냈지만 문가영은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