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화
문가영의 목소리는 아주 가볍지만 강단 있었다.
소독수의 냄새가 코를 찔러 문가영은 숨을 쉴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진수빈에게 결벽증이 있다는 것을 아는 문가영은 일부러 집에 돌아오기 전에 진예은의 집에서 샤워를 몇 번이고 했다.
하지만 진수빈은 여전히 문가영을 더럽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문가영은 마음이 불편했다.
문가영은 겨우 입꼬리를 올리고 진수빈을 쳐다보았다.
진수빈은 문가영의 시선을 마주 보면서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차가운 얼굴에 오렌지색 불빛이 비치니 더욱 차가워 보였다.
진수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문가영에게 물었다.
“환자를 구하는 것과 네가 더러운 것이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
문가영은 그 자리에 얼어붙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진수빈이 짜증스레 입을 열었다.
“내가 사람을 불러서 널 끌어내게 해야 할까?”
그 직설적인 말에 문가영은 참지 못하고 자기 옷을 쳐다보았다.
이건 저녁을 먹은 후 쇼핑몰에서 산 옷이었다.
문가영은 아주 깨끗하게 씻고 돌아왔는데, 왜 진수빈은 문가영을 쓰레기처럼 더럽게 보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뭐라 얘기하려던 문가영은 아예 포기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캐리어를 들고 바로 이 집을 떠났다.
하지만 밤이 늦었기에 너무 먼 곳에 갈 수는 없었다. 문가영은 대충 주변의 호텔을 예약하고 그곳으로 갔다.
고급 호텔이라 가격이 좀 있었지만 문가영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방에 들어온 문가영은 캐리어를 두고 바로 욕실로 들어갔다.
뜨거운 물이 몸에 닿을 때 문가영은 피부 위를 벅벅 문댔다.
하얗던 피부에 붉은 자국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그래도 부족한 듯, 문가영은 여전히 피부를 벅벅 긁었다. 피부가 붉게 부어오르고 있었지만 문가영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사람처럼 그 행동을 반복했다.
진수빈이 말한 더럽다는 것을 모두 씻어내고 싶었다.
하지만...
문가영은 더럽지 않았다.
정말 더럽지 않았다.
욕실에서 얼마나 있었을까.
문가영은 온몸에 힘이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천천히 쪼그려 앉은 문가영이 차가운 타일 벽에 몸을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