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3화
진수빈은 원래 문가영에게 솔직하게 말하려 했다.
하지만 그 사이 문가영은 이미 전북으로 돌아갔다.
겨울밤, 차가운 바람이 옷 속으로 스며들었다.
하지만 진수빈은 추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마음이 조급하고 불안할 뿐이었다.
하루 종일 비행기를 탄 문가영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씻고 잠들었다.
다시 깬 건 알람 때문이었다.
오늘 진예은과 약속이 있었고 함영희를 찾으러 보육원에도 가야 했다.
계단을 내려올 때, 익숙한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다.
진수빈이 그곳에 서 있었다. 짙은 색의 코트가 그의 쓸쓸한 분위기를 한층 더 부각시켰다.
문가영을 올려다볼 때 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잠깐 빛이 스쳤다.
이어서 잠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영아.”
문가영은 걸음을 멈추었다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앞으로 향했다.
그러자 진수빈은 문가영의 손목을 잡았다. 차가운 한기가 전해졌다.
진수빈은 목이 메었다. 떨리는 손으로 문가영을 붙잡으며 말했다.
“미안해.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
문가영은 발걸음을 멈췄지만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진수빈의 시선은 오직 그녀에게만 꽂혀 있었다.
그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일부러 그런 모습으로 널 속이려던 건 아니야. 그냥 선물을 주고 싶었을 뿐인데 네가 받지 않아서 그런 모습으로 나타난 거야. 어제 아침에도 말하려고 했어. 사과하고 싶었는데 네가 전북으로 돌아가 버렸어. 가영아, 미안해.”
그의 목소리는 작고 떨려서 간신히 들릴 정도였다.
문가영은 숨을 깊게 들이쉰 뒤 물었다.
“이제 할 말 다 했어요?”
진수빈은 순간 멈칫했다.
문가영은 그의 손을 힘주어 뿌리치고는 눈을 감더니 낮게 말했다.
“다 말했으면 이제 가세요.”
그녀 스스로도 바보 같다고 느꼈다.
한 번도, 두 번도 아닌 수없이 진수빈에게 휘둘렸으니 말이다.
바보처럼 그를 믿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던 자신을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온몸이 떨렸다.
문가영은 자신의 마음속 상처를 전부 진수빈에게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 모든 상처가 분명히 진수빈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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