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5화
설이 앞이라 문가영은 차마 진수빈에게 뭐라고 할 수 없었다. 그저 마음속에 일어난 감정을 꾹 눌러 담을 뿐이었다.
사실 설이는 진수빈이 병원에 온 후로 담당했던 첫 환자였다.
문가영도 설이를 돌보았던 적이 있었다.
아이들에게만큼은 언제나 인내심이 컸다.
그녀는 손에 쥔 종이학을 바라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 정말 예쁘다. 마음에 들어.”
“가영 언니, 의사 선생님이랑은 언제 결혼해요?”
설이는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그때 저도 초대해 주실 거죠?”
아이는 눈을 깜빡이면서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엄마가 계속 사탕 못 먹게 했거든요. 결혼하면 좋은 날이니까 사탕 먹을 수 있잖아요.”
진수빈과 문가영이 약혼했던 사이라는 건 병동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일부 환자들까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설이의 말에 문가영은 부인하려 했지만 진수빈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내가 가영 언니랑 결혼하게 된다면 꼭 너에게 사탕을 선물할게.”
문가영이 그를 보며 미간을 좁혔다.
이때 진수빈의 진지한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
“지금은 내가 가영 언니한테 잘못한 일이 있거든. 아직 용서도 못 받았어. 내가 잘못을 했고, 가영 언니가 날 용서하지 않았잖아. 내가 잘못을 다 반성하고, 또 가영 언니가 날 용서해 줄 때까지는 결혼할 수 없어.”
설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가영 언니는 의사 선생님을 언제 용서해 줄 거예요? 내일이면 돼요? 제가 잘못했을 때 엄마는 늘 다음 날이면 용서해 주셨거든요.”
아이의 말은 단순하고 순수했지만 그 한마디가 문가영과 진수빈 모두를 순간 멈칫하게 만들었다.
문가영은 곧바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
더 이상 여기서 진수빈과 연기를 하며 맞장구칠 수도, 이해할 수 없는 그의 말들을 들어 줄 수도 없었다.
그러나 계단을 내려서자 진수빈이 금세 뒤따라왔다.
그는 조심스럽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까 그렇게 말했던 건 설이를 안심시키려고 그랬던 거야. 설이 몸 상태가 생각보다 많이 안 좋아.”
문가영이 고개를 들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