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5화
A국으로 돌아가던 날, 제일 들뜬 사람은 유정원이었다.
진수빈은 문가영의 손을 꼭 잡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설 연휴가 끝난 뒤로 줄곧 말이 없었고, 무슨 생각에 잠겨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문가영은 그의 손바닥을 손가락으로 간질이듯 긁었다.
“왜 그래요? A국 가기 싫어요?”
“아니.”
진수빈이 짧게 답했다.
“그럼 뭐예요?”
검은 눈동자가 그녀를 오래 바라보다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앞으로 8일 뒤면 네가 떠나잖아. 그걸 마음속으로 설득하는 중이야.”
문가영은 순간 어리둥절했다. 그러자 그가 덧붙였다.
“적응하려는 거야. 네가 없는 시간을.”
그는 손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귀 기울이면 서운함이 묻어 있었다.
“많이 보고 싶을 거야.”
문가영은 그의 손을 반대로 꼭 잡아 주며 낮게 말했다.
“안 돌아오지 않는 것도 아니잖아요. 이번은 일정도 나왔는데 겨우 석 달이에요.”
며칠 전, 세부 일정과 활동 지역을 알려왔다. 국내와의 거리도 가까운 편이었기에 안심할 수 있었다.
진수빈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입술을 다문 채 말했다.
“그래도 석 달이나 떨어져 있어야 하잖아. 이렇게 떨어지는 건 처음이잖아.”
말을 뱉고는 어색했는지 곧 고쳐 말했다.
“우리가 함께한 이후 처음으로 이렇게 멀어지는 거라고.”
문가영은 담담히 답했다.
“우리 앞으로도 함께할 시간이 많아요.”
두 사람은 보안 검색대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주위는 분주했지만, 두 사람의 발걸음만은 흔들리지 않았다.
뒤따르던 유정원은 입술을 삐죽이며 투덜거렸다. 여전히 진수빈이 못마땅했지만, 곧 자신보다 더 못마땅하게 여길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자 조금 마음이 놓였다.
그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A국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굳은 얼굴의 유진성과 웃음을 지으려 해도 차마 나오지 않는 손서희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옆에는 상황을 구경하듯 서 있는 명우도 있었다.
진수빈의 발걸음이 느려졌다. 문가영의 손을 잡는 힘이 강해졌다. 그녀가 올려다보자 그의 얼굴은 긴장으로 굳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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