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0화
임슬기는 짐을 챙겨 곧장 A국으로 떠났다. 전북에는 진수빈과 문가영만 남았다.
의외로 진수빈은 그 고요가 마음에 들었다. 머릿속이 한결 맑아진 듯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온은 오래가지 않았다. 곧 진우성의 영상통화가 걸려온 것이다.
화면 속 진우성은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었고, 곁의 유정원이 황급히 해명했다.
“제 탓 아니에요. 우성이가 혼자 아래층 놀러 갔다가 또래한테 밀렸거든요. 그래서 속상해서 울고 있는 거예요.”
“뭐라고?”
문가영의 눈이 커졌다.
유정원은 진우성의 머리를 살짝 눌러 카메라 앞으로 내밀었다.
“네가 직접 말씀드려.”
진우성은 코를 훌쩍이며 어제 일을 더듬더듬 말했다. 놀이터에서 만난 아이가 장난감을 빼앗으려 해서 실랑이가 벌어졌고, 끝내 자신이 밀렸다는 것이다. 아이 부모가 와서는 아들 편만 들자 억울해 죽을 지경이었고, 바로 엄마에게 고자질하려다 유정원의 달램에 겨우 진정했다. 그런데 오늘 다시 생각이 나자 눈물이 터졌다고 했다.
유정원이 손사래를 쳤다.
“정말 별짓 다 했어요. 달래도 보고, 웃기려고도 해보고 거의 떠받들다시피 했는데도 소용없더라고요.”
찡그린 얼굴을 보자 문가영은 한숨이 나왔다.
“내일 엄마랑 아빠가 갈게. 알겠지?”
그러나 진우성은 고개를 저었다.
“안 와도 돼요. 그냥 엄마 보고 싶었어요.”
그리고는 진수빈 쪽을 힐끔 보더니 낮게 말했다.
“아빠가 말했어요. 저한테 동생이 생긴대요. 방해 안 할게요. 그냥 엄마 보고 싶고... 엄마 품에 안기고 싶어요.”
짧은 말이었지만 울먹이는 목소리가 화면 너머로 전해졌다. 진수빈의 눈빛이 가늘게 좁혀졌다.
문가영의 마음은 무너졌다. 아들을 다독이고 또 다독인 끝에, 통화를 켠 채 항공권을 바로 예매했다.
“내일 아침에 도착할 거야.”
그제야 진우성은 얌전히 전화를 끊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유정원이 엄지를 들어 보였다.
“아들 하나 정말 잘 뒀네. 복 터졌어.”
정작 진우성은 그 말 뜻도 모른 채 소파에서 폴짝 내려와 짧은 다리로 손서희를 찾으러 달려갔다.
휴대폰을 내려놓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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