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화
만약 처음부터 들을 수 없었다면 두려움 따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소리가 있는 세계가 어떤 건지 알고 있었다.
한 소년이 눈살을 찌푸리며 보청기를 그녀의 귀에 끼워주더니 명령조로 말했다.
“앞으로 항상 착용해. 빼지 마.”
그때의 진수빈은 나이가 많지 않아 목소리는 어렸지만 일부러 성숙한 척 눈살을 찌푸렸다.
다음 날 아침 깨어난 문가영은 침대에 앉아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일어났다.
이미 준비를 마친 진수빈이 그녀를 한번 보고는 말했다.
“기다려줄까?”
문가영은 진수빈이 이미 단정하게 차려입은 것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진수빈도 더 말하지 않고 바로 떠났다.
...
문가영이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방우지가 그녀를 불러세웠다.
“문 간호사, 할 말이 있어요.”
문가영을 진료실로 데려간 후 말했다.
“진 선생이 내게 CCTV 문제에 대해 말해줬어요. 나도 문 간호사 추측이 타당하다고 봐요. 그래서 다른 층의 해당 시간대 영상을 찾아봤는데...”
병원의 정전 점검은 한 번에 진행되는 게 아니라 구역별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모든 CCTV를 찾는 것은 거대한 작업이었기에 문가영은 진심으로 방우지에게 고마웠다.
“방 선생님, 정말로 고마워요.”
방우지가 말했다.
“사실 내가 문 간호사에게 폐를 끼친 거죠. 그날 내가 서류를 전달하라고 부탁하지 않았다면 문 간호사를 오해하는 사람도 없었을 거예요. 게다가 그 문도 내가 열어준 거고.”
방우지는 늘 이것이 마음속으로 걸렸다. 본인의 게으름과 편의 때문에 문가영이 누명을 쓰게 되어 문가영에게 약속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반드시 증거를 찾아 결백을 증명해 줄 테니.”
문가영은 진료실에서 나오자 마침 진수빈과 마주쳤다.
진수빈은 의사 가운을 입으면 특히 더 냉담해 보였다.
스쳐 지나갈 때 아무도 말을 건네지 않아 미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문가영은 자신이 왜 이러는지 몰랐지만 진수빈에게 먼저 말을 걸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진수빈은 아마도 그녀를 전혀 의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간호사 스테이션으로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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