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정희주가 한 걸음 나서고는 흉악한 눈빛으로 이태호를 노려보며 소리 질렀다. “이태호, 네가 감옥에 가는 바람에 결혼 못 한 거잖아. 그런데 왜 내 탓을 해? 6천 만 원을 내가 왜 돌려줘야 하는데?” 그녀는 팔짱을 끼고 기고만장하게 말했다. “가난에 찌들어 미친 거 아니야? 감옥에서 나와 돈이 없으니 나한테 달라고 해? 하하, 너랑 연애하느라 아까운 내 청춘을 3년이나 낭비했잖아. 그러니 그 6천만 원은 내 청춘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해. 일 년에 2천만 원이면 너무 많은 것도 아니잖아?” “퉤!” 이태호는 그녀가 이토록 당당하게 나오자 화가 나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정희주를 노려보며 말했다. “너의 청춘만 청춘이고 내 청춘은 아무것도 아니야?” 이태호는 말을 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정희주에게 다가갔다. “3년 동안 네가 원하는 걸 다 사줬잖아.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지 너 몰라? 언제든 부르면 달려가고 뭐든 다 네 말대로 했잖아. 그런데 넌? 넌 날 위해 뭘 했어? 내가 널 위해 감옥에 가 있던 동안의 청춘은 청춘이 아니야?” 이태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갑자기 멈춰서더니 손으로 옆에 있는 의자를 내리쳤다. “퍽!” 의자가 한순간 여러 조각으로 부서졌고 몰려있던 사람들은 그 광경에 깜짝 놀라며 한순간 고요해졌다. 정희주는 놀라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의 가족들이 이태호의 부모님을 괴롭힐 수 있었던 건 이태호가 감옥에 갔기 때문이고, 그가 감옥에서 나온다 해도 그들을 찾아가 따지지 못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미 손에 들어온 돈을 돌려줄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더니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이태호를 향해 말했다. “네가 도박을 해서 돈을 잃었잖아. 그래서 나를 천만 원에 현우 오빠에게 팔았다고 하던데 그건 어떻게 설명할 거야? 넌 그냥 쓰레기야. 내가 겨우 천만 원밖에 안돼?” 이태호는 어이없이 웃다가 정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건 내가 설명했잖아. 내가 다른 사람의 꼬임에 넘어가서 그런 거라고. 너도 나중에 날 용서했고, 날 기다리겠다고 했잖아. 이 모든 게 바로 하현우가 계획하고 날 함정에 빠뜨린 거야. 네가 날 기다려주지 않은 건 이해할 수 있어. 나랑 결혼해주지 않은 것도 이해하려고 해. 하지만 왜 그 자식이랑 함께 우리 부모님을 괴롭힌 거야? 난 괜찮아, 하지만 누구든 우리 부모님을 괴롭히는 건 용서 못 해.” 이 말을 들은 하현우는 한순간 기분이 언짢아졌다. 평소 업계에서 평판이 꽤 좋았는데 이런 일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곧 이태호에게 삿대질하며 말했다. “젠장, 이태호, 증거도 없는 말을 함부로 내뱉을 거야? 넌 아무런 근거도 없이 왜 날 모함하는 거야?” “삿대질하지 말지?” 이태호가 하현우를 노려봤다. 하현우는 차갑게 웃으며 여전히 손가락으로 이태호를 가리키며 말했다. “삿대질할 건데, 왜? 물려고?” 곧 이태호가 잽싸게 한걸음 나서더니 그의 손가락을 움켜쥐었다. “악!” 하현우는 너무 아파 소리를 질러댔고 이태호는 손에 힘을 더 세게 줬다. 곧 하현우의 손가락이 부러져 땅에 던져졌다. “현우 오빠!” 정희주가 놀라 황급히 주저앉아 하현우에게 물었다. “ 괜찮아?” “손가락이 부러졌는데 괜찮냐니? 악!” 하현우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이를 악물었고 이마에 핏줄을 세운 채 고개를 돌려 멍하니 서 있는 하창민을 향해 말했다. “아빠, 이 자식을 죽여줘요. 오늘 이 자식이 살아서 호텔을 나가는 꼴을 못 봐요.” “자식. 넌 이제 죽었어!” 하창민은 화가 나 눈을 부릅뜨고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 이태호를 향해 소리쳤다. 그는 이태호가 배짱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 그가 부른 경호원들이 곧 도착할 테니 이제 누가 말려도 이 자식을 죽여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이태호는 하창민에게 대꾸하는 것조차 귀찮아 정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 나랑 결혼하지 않았으니 결혼 선물로 준 그 6천만 원은 반드시 돌려줘야 해. 그리고 우리 신혼집은 그때 4억에 산 건데 네가 하현우에게 2억에 팔았더군? 그것도 우리 부모님이 고생하며 평생을 모은 돈이니까 남은 2억도 나에게 돌려줘.”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김지영과 장재원은 이태호의 말을 듣고 저도 몰래 고개를 떨궜다. “현우 도련님을 때리고 돈까지 받아내겠다고? 미친 거 아니야? 너한테 돈을 주면 쓸 배짱은 있고? 2억 6천만 원이 어느 집 개 이름이야? 그냥 빼앗지 그래?” 장다은은 이미 받은 돈을 돌려주고 싶지 않았다. 몇 년 동안 정씨 가문이 하씨 가문의 힘을 빌려 많을 돈을 벌었다. 차도 사고 집도 사고 적금도 어느 정도 있었으며 조그마한 회사도 차렸다. 하지만 2억 6천만 원은 여전히 적은 금액은 아니었다. “후후.” 이태호가 차갑게 웃었다. “2억 6천만 원이 아니라 26억이라도 나 이태호가 눈 깜짝 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 돈은 우리 부모님이 땀 흘려 번 돈 이이에요. 당신들이 돈을 안 돌려줘도 되니 당신들 부부, 그리고 당신들 딸까지 손가락 하나씩 내놓으세요...” “너...” 장다은은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이태호가 이토록 배짱이 클 줄 몰랐다. “쟤 미쳤어요. 돈에 환장했나 봐요.” 정희주가 일어서더니 이태호를 노려보며 소리 질렀다. “지금부터 열을 셀 테니 그동안 결정해.” 이태호는 더는 실랑이를 하고 싶지 않았다. “십...” “이태호, 너 이러면 하씨 가문의 눈에 난다는 걸 알아 몰라? 목숨이 아깝지도 않아?” 정준호는 이태호를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지만 하씨 가문이 대단하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협박했다. “구!” “팔!” 이태호는 카운트다운을 외치며 한 걸음씩 그들 앞으로 다가갔고 그들 사이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 “오!” “사!” “삼!” 이태호는 장다은, 정준호 두 사람과 겨우 1m 정도 사이 두고 있었다. “줄게, 주면 되잖아. 까짓 2억 6천만 원 가지고. 나한테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장다은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태호는 지금 미쳐 있고 하씨 가문의 경호원들이 아직 안 왔으니 그가 정말 그들 가족의 손가락을 모두 부러뜨리면 큰일이다. 이태호가 점점 다가오는 것을 보며 장다은은 미칠 것 같았다. “턱턱!” 그때 어수선한 발소리가 들려왔고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백 명 가까이 들어왔는데 다들 손에 칼이 들려 있었다. 저마다 우락부락한 모습을 하고 온몸으로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는데 그중 대머리를 한 남자가 흉악한 눈빛으로 말했다. “회장님, 누가 감히 도련님의 결혼식에서 난동을 부린답니까? 당장 나오라고 하세요!” 사람들은 놀라 뒷걸음질 쳤고 이태호 혼자만 가운데 서 있었다. 이태호는 그들을 등지고 서 있은 채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분위기가 갑자기 팽팽하게 변했고 하씨 가문의 수장인 하창민이 한걸음 나서더니 이태호를 가리키며 소리 질렀다. “그냥 죽여버려!” 남자 네 명이 눈빛을 교환하더니 칼을 들고 이태호의 등을 덮쳤다. “누가 감히 내 남자를 건드리는 거야!” 그때 한 여자의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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