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연초월은 조폭의 등장에 소스라치게 놀랐고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 “잠시만요, 잠시만요. 제가 당장 돈을 드릴게요!” 그녀는 바로 집안으로 달려들어 갔다가 조금 낡은 봉지를 들고 다시 나타났다. 봉지에는 천 원짜리와 오천 원짜리 잔돈이 가득했고 동전도 수북했지만 만 원과 오만 원권은 몇 개 없었다. “에이 진짜, 또 이래요?” 조폭 두목 장준혁은 잔돈들을 보며 짜증을 냈고 옆에 있는 졸개를 보고 말했다. “야, 이거 세봐.” “100만 원인데 이거 언제 다 셉니까?” 지목당한 졸개는 전혀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연초월한테 다가갔다. “잠시만! 우리 엄마가 언제 빚을 진 거야?” 이태호가 졸개의 앞길을 막으며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 “뭐야? 밥 빌어먹으러 온 거지인 줄 알았네. 너 예전에 술병으로 하현우 도련님 머리를 내려쳤던 골통 아니야?” 장준혁은 그를 자세히 들여다보며 도발했다. “이태호! 맞아, 이태호! 벌써 출소했어? 너도 참 대단해. 하현우 도련님이 어떤 사람인 줄 알면서도 머리를 내리친 거잖아.” 이태호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이미 지나간 일이야. 그리고 난 후회하지 않아.” 이태호도 장준혁의 눈을 노려보며 봉지에 든 돈을 가리켰다. “왜 이 돈을 줘야 하는지 설명해봐.” 이에 장준혁이 피식 웃었다. “칫,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하현우 도련님을 때렸으면 배상을 해야 할 거 아니야! 하씨 가문이 배상금으로 3억을 요구했어. 네 신혼집을 2억에 팔았으니까 아직도 1억을 줘야 해.” 그는 턱을 괸 채 말을 이어갔다. “네 부모가 지난 5년 동안 대략 4천만 원을 줬으니까 아직 6천만 원이 남았지. 네가 어떻게 조기 출소했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잘 됐어. 너도 돈 벌어 갚아야지.” 땅에 쪼그려 앉아 돈을 세고 있던 졸개가 갑자기 짜증을 냈다. “매번 잔돈을 이렇게 주니까 한참을 세잖아!” “셀 필요 없어요. 안에 도합 78만 원이 들어있어요.” 연초월이 겁을 먹은 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젠장! 또 모자라!” 땅에 쪼그려 앉아있던 졸개의 어깨는 문신으로 덮여있었다. 그는 연초월의 말을 듣자마자 돈뭉치를 바닥에 내던지며 벌떡 일어나 연초월한테 손가락질했다. “이 할망구가 진짜 죽고 싶어 환장한 거야? 왜 매번 돈이 모자라!” “너희들이 죽고 싶은 거 아니야?” 이태호가 조폭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 돈들은 한눈에 봐도 부모님이 땀을 흘리며 수고스레 번 돈이었다. “뭐야? 맞고 싶지 않으면 구석에 찌그러져 있어!” 조폭들이 이태호를 둘러싸며 위협했다. 장준혁은 그를 내려보며 으름장을 놨다. “야, 주먹 간지러우니까 가만히 있어. 한마디만 더 지껄이면 피 보게 될 줄 알아!” “우리 아들 괴롭히지 마세요.” 깜짝 놀란 연초월이 재빨리 이태호 앞을 막으며 손에 든 편지 봉투를 찢었다. 그 안에는 편지뿐만 아니라 1만 원권 한 뭉치도 있었다. 그녀는 떨리는 두 손으로 얼른 돈을 세어보고 돈이 담긴 봉지에 넣었다. “이거 20만 원이에요. 그러면 도합 98만 원이니까 제발 우리 아들 괴롭히지 말아요.” 이에 장준혁은 그만둔 게 아니라 도리어 더욱 화를 냈다. “하하, 이 아줌마가 우리 몰래 돈을 숨긴 거였어? 우리가 협박 안 했더라면 이 20만 원을 꼭꼭 숨기고 있었겠지? 지금 우리랑 장난하는 거야?” 이태호의 분노가 곧 폭발할 듯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앞을 막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엄마를 보며 가까스로 분노를 억눌렀다. 그는 엄마가 걱정하지 않도록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장준혁한테 고개를 숙였다. “장준혁 씨라고 했나요? 남은 6천 만원은 걱정하지 마세요. 그 정도는 제가 쉽게 준비할 수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그러니까 우리 가족은 그냥 놔주세요.” “쉬워? 이 거지놈이 6천만 원을 적은 돈이라 말하네. 그럼 얼른 내놔!” 장준혁이 이태호를 비웃자 뒤에 있던 졸개들도 같이 비웃었다. 이태호는 바닥에 널브러진 돈을 다시 봉지에 주워 담아 엄마한테 건넸다. “엄마, 일단 방에 들어가요. 저한테 돈이 있으니까 지금 당장 은행에 가서 뽑아 올게요.” “태호야, 너한테 무슨 돈이 있다고 그래? 엄마한테 거짓말하지 마.” 연초월은 아들이 걱정되었다. “걱정하지 마요. 전 괜찮으니까 먼저 들어가세요.” 이태호는 엄마를 부추기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다시 밖으로 나온 그는 은행 카드를 꺼내며 자랑했다. “봤어? 지금 6천만 원 당장 돌려줄 거니까 따라와.” “거짓말 아니었어?” “알 게 뭐야! 우리는 돈만 받으면 되잖아. 다시는 올 필요도 없고.” 조폭들이 이태호를 따라 집을 나섰고 골목 옆에 있는 고무나무 밑에 멈춰 섰다. “뭐야? 은행에 가는 거 아니었어?” 이때, 이태호가 입꼬리를 올리며 사악한 미소를 짓더니 몸을 돌려 조폭들을 쳐다봤다. “우리 부모님을 괴롭히고 우리 엄마를 늙은이라고 부르면서 돈을 받고 싶다고? 꿈도 꾸지 마!” “이놈이 우릴 놀렸어!” 순식간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 장준혁의 이마에 핏줄이 꿈틀거렸다. “진짜 죽으려고 환장한 거야?” 졸개들도 버럭버럭 화를 내며 이태호를 둘러쌌다. 퍽, 퍽, 퍽! 그러나 조폭들이 이태호를 구타하려는 순간 이태호가 눈살을 찌푸리자 강력한 기운이 덮치며 주위에 있던 낙엽들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심지어 주위의 온도마저 떨어진 듯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우람한 체격의 장준혁을 포함한 모든 조폭이 힘에 눌려 무릎을 꿇고 말았다. “악!” 그들은 바닥에 찰싹 붙은 채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고 무릎 등 관절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살려주세요!”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러지 않겠습니다!” 그들의 눈엔 공포가 서렸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태호는 주위에 몰려든 구경꾼들을 보다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너희들 목숨은 살려줄게. 다시 우리 부모님 괴롭히면 목숨 잃을 줄 알아! 꺼져!” 마지막 한마디와 함께 공포스러운 기운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장준혁과 졸개들은 허겁지겁 꽁무니를 뺐다. 이태호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정희주, 진짜 악랄한 사람이었어. 3년 동안 쌓아온 감정을 배신한 것도 모자라... 게다가 4억짜리 새집을 하현우한테 2억에 팔아넘겨?” 그는 다시 사악한 미소를 드러냈다. “나와 내 가족한테서 뺏어간 걸 모조리 토해내야 할 거야! 너희들과 다시는 대면하고 싶지 않았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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