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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7화

기대에 찬 상대방의 표정을 본 이태호는 처음으로 조금 머쓱해졌다. 서청운의 말투와 표정을 보면 남자에게 아내가 많을수록 그 남자가 대단하고 예사롭지 않은 인물이라는 걸 증명하는 듯했다. 오히려 아내가 한 명뿐인 게 비정상적인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용성연합국에서 많은 가주와 성주들, 또는 세력이 강한 남자 주인이라면 집에 아내가 여럿이고 첩도 적지 않았다. 이태호는 코를 만지작거리면서 쑥스러운 듯 웃으며 말했다. “내가 보기엔 한 명도 좋은데. 충분하지!” “세상에! 정말 한 명뿐이세요?” 서청운은 마치 괴물이라도 본 듯이 아름다운 눈을 크게 떴다. “이렇게 잘생기고 훌륭하고, 또 신전 주인님이자 군주님이신데! 세상에, 얼마나 많은 미녀가 주인님 같은 분들을 좋아하는데요. 미녀가 그렇게 많은데 몇 명 고를 생각은 없으세요? 남자들은 다 미녀를 좋아하는 것 아니었나요?” 이태호는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해 결국 손가락을 굽혀 검지로 서청운의 이마를 톡 때렸다. “꼬맹이, 어린 나이에 왜 그런 거에 신경 써? 좋은 것 좀 생각하면 돼?” 서청운은 내키지 않은 듯 말했다. “제가 언제 뭐 안 좋은 걸 생각했나요? 아주 정상적인 일이잖아요. 전 그저 주인님처럼 훌륭한 분이라면 엄청난 미모의 아내를 여럿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뿐이에요. 아니면 좀 이상하잖아요.” 이태호는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어쩐지 서청운이 그런 얘기를 하자 그의 머릿속에 몇 명이 떠올랐다. 사실 백지연이든, 류서영이든, 연희든 다들 엄청난 미녀였다. 만약 그의 주변에 정말 미녀가 한가득이라면 외출할 때... 이태호는 고개를 저었다. 하마터면 서청운의 말 때문에 이상한 생각을 할 뻔했다. 그러나 그들은 조금 전 이태호와 서청운의 별 뜻 없이 한 행동이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남자가 보기에는 한없이 다정해 보인다는 걸 알지 못했다. “제기랄!” 그 남자는 흰색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주먹을 꽉 주더니 경호원 여럿을 데리고 그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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