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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마룻바닥의 차가운 감촉이 무릎뼈를 통해 온몸으로 퍼진 순간, 하가윤은 끝내 이를 악물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하가윤은 오늘 무엇을 하든 고의찬의 목적은 이미 달성되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단지 민효영을 대신해 누명을 쓸 사람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곧 결혼식이 다가오는 시점에 고의찬을 놀래켜 괜히 의심을 살 필요는 없었다. 만족스러운 답변을 얻은 언론들이 점점 흩어지자 고의찬은 허리를 굽혀 하가윤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조금 전에는 괜찮았어. 웨딩드레스 새로 맞춤 제작 의뢰한 게 도착한 것 같아...” 고의찬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휴대폰 갑작스레 울리는 휴대폰 벨 소리에 그는 하가윤을 자리에 내버려 둔 채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그의 뒤를 따라간 하가윤은 귀를 문짝에 대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예요? 효영이도 그쪽이 보낸 거 알아요. 아이도 그쪽이 효영이를 강요해서 낳으라고 한 거잖아요.” 순간 자리에 얼어붙은 하가윤은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전화 너머로 흐릿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고의찬이 이어서 한 말은 날카로운 칼처럼 하가윤의 남아 있는 뼈와 살을 조금씩 도려내는 듯했다. “그만 하세요! 하가윤의 가치를 내가 더 잘 알아요! 우리 원래 목표도 하씨 가문을 손에 넣는 게 아니었나요?” 전화기 너머의 상대방과 이런 다툼이 잦았던 듯 고의찬의 말투는 조금 지친 느낌이 들었다. “걱정 마요. 하가윤, 절대 내 손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할 테니까. 결혼식은 정상적으로 진행할 거예요. 하가윤도 순순히 신부가 될 수밖에 없을 거고요.” 하가윤은 당장이라도 안으로 뛰어 들어가서 지난 8년간의 감정을 배신한 고의찬에게 난동을 부리고 싶었지만 결국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문만 살짝 열었다. 문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린 순간 하가윤을 본 고의찬은 눈빛이 잔뜩 어두워졌다. “들었구나.” 시선을 살짝 내린 하가윤은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숨 막힐 듯한 분위기 속에서 고의찬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하가윤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코웃음을 치며 앞으로 나아가더니 담배 냄새가 밴 손으로 하가윤의 턱을 힘껏 움켜쥐고는 강제로 자신과 눈을 마주치도록 했다. “어차피 잘됐네. 다시 설명할 필요 없으니까. 네가 뭘 생각하는지 알아. 하지만 멍청한 짓 할 생각은 하지 마. 네 아빠, 죽은 지 얼마 안 됐어. 하씨 가문이 없어질 위기에 있는 것도 생각해야지... 결혼식은 반드시 예정대로 진행해야 해, 괜히 체면 깎으면서 난리 칠 생각하지 말고.” 눈빛이 흔들리는 하가윤의 모습에 고의찬은 만족한 듯 그녀의 창백해진 안색을 바라보며 높은 목소리로 경호원을 불렀다. “사모님이 쉬어야 하니까 방으로 데려가. 내 허락 없이는 밖으로 한 걸음도 내보내지 말고. 아무와도 연락하지 못하게 해.” 하가윤은 그들의 달콤한 추억이 가득했던 별장에 감금되었다. 그렇게 넋이 나간 사람처럼 어둠 속에서 밤새 앉아 있었다. 다음 날, 방문이 열리더니 고의찬이 걸어 들어왔다. 뒤를 따르는 가정부의 손에 웨딩드레스 한 벌이 들려 있었다. 그녀의 엄마가 남긴 작품과 똑같은 디자인으로 말이다. 다만 정교했던 원래의 하얀색 비단 천과 달리 이 드레스에는 그을린 듯한 검은 점들이 가득했고 치맛자락도 말려 쭈글쭈글한 상태였다. 수공으로 박은 다이아몬드 장식은 일부 그을린 상태였고 일부는 하다가 떨어졌는지 검은 실밥만 남아 있었다. “유현이 불장난을 하다가 수리한 웨딩드레스를 또 망가뜨렸어.” 평범하게 말하는 고의찬의 말투는 중요하지 않은 사소한 일을 전달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상관없어, 입을 수는 있으니까 갈아입어.” 그 말에 고개를 든 하가윤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고의찬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고의찬은 하가윤의 분노 따위 완전히 무시한 채 가정부들에게 앞으로 오라 손짓했다. “사모님께 옷 갈아입혀 줘, 시간이 얼마 없으니까.” 하가윤은 필사적으로 저항하며 반항했지만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의 공세를 이길 수 없었다. 그렇게 탄 냄새가 나는 웨딩드레스를 강제로 입을 수밖에 없었다. 불에 타 거칠어진 천에 피부가 쓰라려 수많은 바늘이 몸을 계속해서 찌르는 것 같았다. 거울 속 맹렬한 불꽃처럼 타오르는 자신의 눈빛을 바라본 하가윤은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고의찬이 완벽한 꼭두각시 신부를 원하지 않았던가? ‘절대 뜻대로 되게 할 수는 없지!’ 고의찬에게 평생 잊지 못할 결혼식을 선사할 것이다! 가방 속 늘 조용하던 휴대폰이 갑자기 몇 번 진동했다. 화면이 밝아지더니 고경빈이 보낸 메시지가 떴다. [신부님, 신랑은 준비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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