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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이진아는 강현우가 금방 다시 내려올 줄 알았지만, 그를 다시 본 건 세 시간이 지난 후였다. 얼굴빛은 창백해진 탓에 그의 입술이 더욱 선명한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유승준이 서 있었다. 유승준은 잔뜩 초조한 얼굴로 강현우를 바라보며 다급하게 외쳤다. “약 어디 있어? 약!” 강현우는 손을 살짝 흔들 뿐이었다. 그의 코끝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이진아는 눈앞의 상황을 보고 당황했지만, 이내 침착하게 차 문을 열고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대체 어떤 약을 찾아야 하는지 몰랐다. 그녀가 허둥대는 사이, 유승준이 거칠게 그녀를 차 밖으로 밀어냈다. “저리 꺼져! 시간 낭비하지 말고!” 유승준의 말투는 신경질적이었고 행동에는 조급함이 묻어 있었다. 이진아를 밀어낸 후 차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곧 하얀 약병 하나를 찾아내고는 빠르게 약을 두 알 털어내 강현우의 입가에 가져갔다. 유승준의 손끝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그만큼 간절하고 또 두려운 듯했다. 그는 눈빛으로 ‘제발 먹어’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강현우는 고개를 살짝 돌렸다. 강현우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찰나의 순간, 유승준이 폭발했다. “약부터 먹으라고! 멍하니 뭐 해?” 이진아도 다급했다. ‘강 대표님이 여기서 쓰러지기라도 하면 나 또한 무사하지 못할 텐데...’ 강씨 가문의 분노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강 대표님! 혹시 다른 게 필요하세요? 뭐든 말만 하세요! 제가 바로 가져올게요!” 그녀는 다급히 그의 곁으로 다가섰다. 그제야 그의 눈이 몹시 충혈되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분명 잠시도 제대로 쉬지 못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강 대표님, 얼굴이 너무 안 좋아요!” 그 순간, 강현우의 시선이 자기 손에 맞닿은 이진아의 손 위에 고정됐다. 하지만 이진아는 마음이 급해 그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때 옆에서 지켜보던 유승준이 대뜸 소리쳤다. “네 더러운 손 치워! 감히 어디에 손을 얹은 거야?” 유승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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