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1화
강서준은 평소에도 체면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사람이었지만, 어머니 일로 인해 최근엔 어디를 가든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감수해야 했다.
그런데 이번엔 이진아 때문에 상류층 안에서조차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전부 다 이진아 때문이야!’
이진아가 이렇게까지 차갑게 굴었던 적은 없었다. 심장이 커다란 손에 짓눌리는 듯한 통증에 숨이 막힐 정도였다.
얼굴은 순식간에 핏기가 가셨고, 가슴엔 싸늘한 허탈감이 몰려들었다.
그런데 정작 이진아는 너무도 태연했다. 마치 그가 괜한 오해를 하고 있기라도 한 듯, 무표정하게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강서준은 저도 모르게 뺨을 문질렀다. 아픔을 지우려 했지만, 남은 건 씁쓸한 감각뿐이었다.
입술 사이로 그의 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맹세해. 이게 정말 삼촌 때문에 생긴 게 아니라고 맹세해.”
이진아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지만, 더 이상 구경거리로 남고 싶지 않았다. 마지못해 손을 들었다.
“맹세할게. 정말 모기한테 물린 거야.”
그 순간 강서준의 온몸을 감싸던 짜증이 잠시나마 가라앉았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그녀의 눈에 가득한 귀찮음을 보자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강서준, 네가 밖에서 함부로 몸을 굴린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똑같을 거로 생각하지 마.”
강서준의 뺨이 화끈하게 달아올랐고 어떻게든 반박하고 싶었다.
그와 이수아의 첫 관계는 단순히 술에 취한 실수였다고 변명할 수도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그 이후에로는 술에 취한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정신이 온통 다른 곳에 가 있었을 뿐이었지...’
그는 이진아가 과연 언제쯤 자신과 이수아의 불륜 현장을 잡아낼지 생각했지만, 한 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강서준은 등을 돌리고 그대로 떠났고, 이진아는 드디어 세상이 조용해진 듯한 기분이었다.
‘차라리 오늘이 강서준과 이수아의 결혼식이었으면 좋겠네.’
그러나 막 한숨을 돌리려는 순간 옆에서 누군가가 물었다.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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