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01화
현다인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수호 오빠, 이진아가 강현우의 부인이라서 믿지 못할까 봐 미리 녹음해 놨어요. 저는 괜찮아요. 인제 와서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잖아요. 다시는 이진아 앞에 얼씬거리지 않을게요. 이진아가 있는 곳이라면 몸을 사릴 거예요. 게다가 지금은 밖에 나가서 사람 볼 면목도 없어요.”
그녀는 얼굴을 감싸고 물속으로 가라앉으려 했다.
그녀를 건져 올리는 강수호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내가 가서 따져 물을게.”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눈물 범벅이 된 현다인은 웃음을 터뜨렸다.
“수호 오빠, 제 걱정해주는 걸 알아요. 하지만 오빠가 가면 강현우가 저를 내버려 둘까요? 저는 그 두 사람 앞에서는 먼지 같은 존재예요. 저는 살길이 없을 거예요. 가지 말아요. 제발요.”
강수호는 온몸이 굳어버렸다.
강현우가 이진아를 얼마나 아끼는지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이진아가 무슨 일을 당한다면 강현우는 목숨까지 내놓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자신 또한 현다인을 그렇게 아끼는데, 지금 현다인이 이렇게 된 것을 보고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
이진아는 이 모든 것에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눈에는 광기가 서렸지만 이내 침착해졌다.
그는 현다인을 품에 안았다.
“다인아, 내가 복수해 줄게. 이 수호 오빠를 믿고 시간을 좀 줘. 지금 강현우는 나를 아주 잘 따르고 믿고 있으니 적절한 기회를 잡아야겠어. 알겠지?”
현다인의 얼굴에서 다시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그녀는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
“믿어요, 수호 오빠. 오빠는 이 세상에서 언니 다음으로 저를 가장 아껴주는 사람이에요.”
언니 이야기를 꺼내자 강수호의 마음은 또다시 아릿해졌다.
‘그래, 세상에 남은 유일한 여동생인데 내 부주의로 이런 일을 당하다니.’
며칠 전에도 묘지에 가서 죄를 빌었는데 이제는 정말 묘지에 갈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그는 눈을 깊이 감고 현다인을 꽉 안았다.
“조금만 더 기다려줘. 조금만 더 기다려줘...”
그 말은 마치 횡설수설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저주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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