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화
이진아는 그날 밤 다시 강현우의 스위트룸으로 향했다.
아침에 외출할 때 카드키를 챙겨 나왔다. 오후 내내 집을 사느라 너무 지쳐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키를 긁어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소파에 기대앉아 하품했다.
깜빡 잠이 들려는 찰나 안방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든 순간 강현우와 눈이 마주쳤다.
수건으로 머리를 닦고 있었고 허리에 샤워 타올 한 장만 두르고 있었다.
지금 휠체어에 앉아 있지 않고 두 발로 땅을 딛고 서 있긴 했지만 걸음걸이가 매우 느렸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든 이진아가 소파에서 일어섰다.
강현우는 가만히 서서 대충 머리를 닦다가 문 쪽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녀가 어떻게 들어왔는지 생각하는 듯했다.
윗옷을 벗은 강현우의 모습을 처음 봤다. 물방울이 목에서부터 뚝뚝 떨어졌다.
이진아가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또 뵙네요, 대표님.”
“여기 내 방이야.”
이진아는 그제야 민망함이 밀려왔다. 오늘 너무 피곤한 나머지 제정신이 아닌지라 카드키를 긁고 들어오면서 다른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강현우는 걸을 때 벽이나 가구를 짚으면서 천천히 걸어야 했다. 하지만 등이 곧게 펴져 있었는데 마치 사막의 나무처럼 꺾이지 않는 강인함이 느껴졌다.
이진아는 거의 본능적으로 다가가 그의 팔을 잡았다.
“죄송해요. 오늘 너무 피곤해서 아무 생각도 못 했어요. 지금 바로 다른 방을 잡을게요.”
그녀의 손바닥이 강현우의 피부에 닿았다. 막 샤워를 마친 상태라 온몸이 차가웠다.
강현우가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소파 하룻밤 더 빌려줄게.”
이진아가 또다시 하품했다. 너무 졸려 머리가 멍해졌고 베개만 있으면 어디서든 바로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상대가 부축받는 걸 원치 않으니 굳이 달라붙을 필요가 없었다. 몸을 돌리려던 그때 강현우가 헤어드라이기 앞으로 걸어가는 걸 보았다.
그의 걸음걸이가 여전히 매우 느렸다.
이진아가 눈치 빠르게 그에게 다가갔다.
“머리 말리시게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녀는 발꿈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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