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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된 연애리셋된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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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결국 400만 원을 구할 방법이 없었던 그녀는 밤 9시에 다시 강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차갑고 갈라진 목소리는 마치 겨울날의 눈꽃처럼 냉랭했다. “이진아?” 이진아는 마치 목이 졸린 듯 숨을 쉴 수 없었고 거대한 서러움이 심장을 가득 채웠다. “안녕하세요, 강현우 씨. 죄송하지만 400만 원만 빌려줄 수 있어요? 지금 병원인데 병원비가 없어서요.” 휴대폰 너머로 희미한 숨소리와 옷이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거절했다고 생각하던 그때 뜻밖에도 강현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계좌 번호 불러.” “잠깐만요... 찾아볼게요.” 그녀는 상대가 전화를 끊을까 봐 황급히 가방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간호사가 이 가방이 이진아의 것이라고 했는데 안에 화장품만 들어 있었다. 잠시 후 가장 안쪽 주머니에서 은행 카드를 찾아 계좌 번호를 불러주었다.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돈이 입금되었다는 알림이 울렸다. 이진아는 전화를 끊고 싶지 않았다. 기억을 잃은 후 그녀에게 말을 걸어주는 유일한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3분이나 망설였는데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놀랍게도 강현우도 전화를 끊지 않았다. 휴대폰 너머로 서로의 숨소리만 들렸다. “강현우 씨, 저...” “많이 다쳤어?” 그의 목소리는 다정하지 않았고 심지어 늦가을의 바람처럼 차가웠다. 하지만 그 속에서 깨어난 후 가장 갈망했던 따뜻한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졌지만 말주변이 없어 그저 이렇게 말했다. “이젠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돈은 꼭 갚을게요.” “진아야, 이번에는 또 얼마나 오랫동안 속일 셈이야?” 그녀는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아 재빨리 전화를 끊었다. 머릿속이 뒤죽박죽되어 혼란스러웠다. ‘무슨 뜻이지? 내가 예전에 자주 속였었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고 오히려 점점 더 막연해졌다. 이진아는 일단 밀린 병원비를 내고 퇴원 절차를 밟았다. 그런데 병원 문 앞에 선 순간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 돈도 없고 집이 어딘지도 몰랐다. 결국 SNS 기록을 뒤져서 집 방향을 알아내고 택시를 탔다. 그곳은 아름다운 별장이었는데 정원이 매우 정갈하게 꾸며져 있었다. 택시 기사가 핸들을 두드리며 말했다. “2만 원입니다. 현금으로 하시겠어요?” 택시에서 내린 이진아가 당황해하던 그때 고급 승용차 한 대가 다가왔다. 유리창이 내려가면서 강서준의 얼굴이 드러났고 조수석에 청순한 메이크업을 한 이수아가 앉아 있었다. 이수아가 차에서 내리더니 걱정스럽게 물었다. “언니, 왜 퇴원했어요?” 이수아는 오늘 참 예쁘게 차려입고 있었다. 작은 큐빅이 박힌 드레스에 한정판 가방을 들고 있었는데 적어도 6억 원은 호가하는 명품이었다. “서준 오빠가 얘기했잖아요. 언니 남자 친구가 강현우라고.”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또 날 괴롭히려고요?” 이진아가 아직 입을 열지도 않았는데 운전석에 앉아 있던 강서준이 차에서 내리면서 대놓고 비웃었다. “얼마나 버틸까 궁금했는데 어쩜 6시간도 못 버텨? 넌 정말 상스럽기 짝이 없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수아라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어? 넌 자존심도 없어? 하루라도 무시당하지 않으면 가만히 못 있겠어? 왜 맨날 수아만 괴롭히는 건데.” 이수아는 그의 품에 안겨 조심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됐어요, 오빠. 이젠 익숙해졌어요.” 이진아의 얼굴에 남은 마지막 핏기마저 사라졌다. 게다가 헐렁한 환자복까지 입고 있어서 더욱 아파 보였다. 짙고 검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고 살짝만 건드려도 온몸이 부서져 내릴 것만 같았다. 그녀는 억지로 그들을 보지 않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2만 원만 빌려줄 수 있어?” 강서준이 차갑게 웃으면서 싫어하는 티를 팍팍 냈다. “개한테 줄지언정 너한테는 안 줘.” 그러고는 품 안의 이수아를 보며 달래듯이 말했다. “먼저 들어가자. 신경 쓰지 말고.” 이수아가 눈물을 닦더니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언니, 내 카드예요. 먼저 가져가 써요.” 이진아는 저린 마음을 애써 누르며 시선을 늘어뜨렸다. 자존심을 버리고 카드를 받으려 했다. 왜냐하면 지금 무엇보다도 돈이 필요했으니까. 사람은 현실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녀의 손가락이 카드에 닿기도 전에 다른 고급 승용차 한 대가 그녀 옆에 멈춰 섰다. 이진아의 어머니 문채원이 분노에 찬 얼굴로 차에서 내리더니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보고는 성큼성큼 다가와 다짜고짜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또 수아를 괴롭혔어? 수아한테서 그렇게 많이 빼앗아가고도 아직도 부족해? 이진아, 대체 우리한테 바라는 게 뭐야? 모두가 너 때문에 힘들어야 속이 시원해? 수아가 돌아온 후로 넌 매일 수아를 괴롭혔어. 차라리 그때 유괴당한 애가 너였어야 했는데. 수아가 유괴당해서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다고. 대체 언제 철이 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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