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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된 연애리셋된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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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아침 식사를 마친 이진아가 떠나기 전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저기... 돈 좀 빌려줄 수 있을까?” 서다혜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지난주에 강서준한테 4천만 원짜리 커프스 버튼 선물했으면서 지금 돈이 없다고?” 이진아는 미안한 나머지 얼굴을 긁적였다. “어제 입원비도 다른 사람한테 빌린 거야. 나중에 꼭 갚을게.” 서다혜는 휴대폰으로 2백만 원을 이체하고는 어깨를 토닥였다. “너희 집에서 예전부터 네 용돈을 제한했는데도 그 돈을 모아서 강서준한테 선물을 사줬지. 심지어 강서준의 가족들한테도 잘 보이겠다고 선물을 사줬었어. 됐다. 이제 와서 더 말해봤자 무슨 소용이야. 이 돈 갚을 필요 없어. 오늘 밤에 잘 곳이 없으면 계속 우리 집에 와.” 그녀의 말에 이진아는 약간 감동한 듯했다. 강인 그룹에 취직하기로 했으니 일단 집에 가서 주민등록증 같은 것들을 찾아야 했다. 이씨 저택에 도착한 이진아는 어색함에 잠깐 망설이다가 초인종을 눌렀다. 안에서 한 청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문을 열어주러 나온 이도영은 이진아를 본 순간 버럭 화를 냈다. “큰 누나, 대체 왜 그래? 내가 아침 일찍 밥해달라고 했잖아. 근데 왜 이제야 들어와? 얼른 가서 밥이나 해줘. 배고파 죽겠단 말이야.” 이진아는 눈앞의 183cm 정도 되는 훤칠한 청년을 보면서 느긋하게 신발을 갈아 신었다. “집에 아주머니 있잖아.” “아주머니가 해주는 건 누나가 해준 것보다 맛이 없어. 지금까지 쭉 해왔으면서 갑자기 왜 그래? 가족들한테 밥해주는 건 당연히 누나가 할 일이 아니야? 예전에는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밥을 해줬잖아. 엄마가 칭찬 한마디만 해줘도 하루 종일 싱글벙글했으면서.” 그녀는 가슴이 답답해져 말을 잇지 못했다. 거실로 들어와 소파를 보니 이수아, 문채원,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 이재명이 앉아 있었다. 문채원이 이진아를 보자마자 코웃음을 쳤다. “난 또 아침에 밥하러 안 오는 줄 알았는데 연기 더는 못하겠나 봐? 얼른 주방에 가서 밥이나 해. 네 동생이 배고파 죽겠다잖아. 누나면 누나 노릇 제대로 해야지.” 조신한 자세로 2인용 소파에 앉아 있던 이수아가 피식 웃었다. “언니, 난 브로콜리 새우볶음 먹고 싶어요. 요즘 음식에 소금을 적게 넣어요. 서준 오빠랑 사진 찍어야 하는데 부을까 봐요.” 그러고는 문채원을 보며 물었다. “엄마 아빠는 뭐 드실래요?” 문채원의 얼굴에 순식간에 미소가 가득해지더니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역시 우리 수아가 철이 들었어.”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진아는 어이가 없어 웃음이 다 나왔다. 심지어 도우미마저 그녀에게 앞치마를 건네면서 책망하는 말투로 말했다. “아가씨, 전에는 5시에 일어나서 아침밥을 만드시더니 오늘은 왜 7시가 돼서야 들어왔어요? 다들 배고픈 것도 참고 기다리고 있었잖아요. 다음에 늦게 들어오면 미리 저희한테 말씀해주세요.” 모든 사람들이 이진아를 부려먹는 것 같았다. 이진아는 앞치마를 받지 않고 계단을 향해 걸어갔다. 그 모습에 사람들 모두 어리둥절해졌고 이도영이 펄쩍 뛰며 화를 냈다. “누나, 뭐 해? 배고프다고. 일단 작은 누나한테 사과해. 어제 작은 누나 생일이었는데도 오지 않았잖아. 사과한 다음에 가서 밥해.” 문채원도 한마디 거들었다. “이진아, 애들이 네가 해준 것만 좋아하고 너도 늘 하던 일이잖아. 그러니까 그만 삐져.” 이진아가 계단 입구에 서서 피식 웃었다. 그녀는 청순하면서도 예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웃지 않을 땐 차갑고 무심해 보였고 피부 또한 빛이 날 정도로 새하얬다. 회암에서 최고의 미인을 뽑으라고 한다면 이진아가 무조건 그중 한 명일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강서준만 졸졸 쫓아다닌 바람에 많은 이들의 비웃음을 샀다. “한 끼에 2천만 원인데. 누가 낼래요?” 그 순간 집안에 정적이 흘렀다. 이재명이 들고 있던 신문을 탁자 위에 던지더니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버렸다. 눈앞의 딸이 너무도 낯설게 느껴졌다. “무슨 소리야 그게? 어디서 그런 못된 것만 배워서는.” 이진아는 덤덤하게 머리카락을 쓸어넘기고는 네 사람을 차례로 훑어보았다. “내가 왜 공짜로 밥을 해줘야 하는데요? 힘들게 요리하는 건 나인데 수아가 고작 뭐 드시고 싶냐고 물었을 뿐인데도 철이 들었다고요? 그럼 수아더러 하라고 하세요.” 그녀가 위층으로 올라가려던 그때 이수아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언니, 무슨 뜻이에요? 언니가 그동안 나한테 못 해준 걸 보상해주겠다면서 직접 요리하겠다고 했잖아요. 5년 전에 내가 돌아온 후부터 언니가 날 탐탁지 않아 한다는 거 알아요. 자꾸 내가 언니의 것을 빼앗았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럼 내가 이 집에서 나갈게요.” 고개를 숙여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세상 둘도 없는 피해자가 따로 없었다. 그 모습에 문채원은 안쓰러워 어쩔 줄을 몰라 했고 이도영도 이진아를 비난했다. “누나가 무슨 짓을 했는지 봐봐. 어쩜 매번 이래?” 이진아는 그들을 쳐다보기도 싫었다. 마음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답답함을 애써 참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이 집에서 나가, 그럼. 내가 짐 싸는 거 도와줄까?” 이수아는 그녀가 이렇게 말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는지 더욱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언니가 늘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거 알고 있었어요. 내가 뭘 하든 언니는 다 싫어하잖아요...” “울긴 왜 울어? 내가 때리기라도 했어? 아니면 욕했어? 눈물이 왜 이렇게 헤픈 거야? 넌 강서준 같은 인간쓰레기랑 정말 잘 어울려. 둘이 평생 행복하게 살고 다신 날 귀찮게 하지 마.” 이수아가 눈물을 멈추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예전의 이진아는 절대로 이렇게 반격하지 않았고 강서준에게 심한 말 한마디조차 한 적이 없었다. ‘충격을 받더니 정신이 이상해졌나? 차라리 잘됐어. 안 그래도 꼴 보기 싫어서 진작 망가뜨리고 싶었는데.’ 이수아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고 두 눈에 질투심이 스쳐 지나갔다. “어떻게 서준 오빠를 그렇게 말할 수 있어?” 이진아는 더는 그들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아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 문채원이 화를 내면서 뒤쫓아갔다. “너 정말 미쳤구나.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알기나 해?” 이진아의 소매를 잡아당기려 했지만 이진아가 가차 없이 뿌리쳤다. 화들짝 놀란 문채원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말았다. 과거의 이진아는 늘 순종적이었고 원망을 쏟아낸 적이 없었다. 가끔 가족들이 칭찬 한마디라도 하면 눈이 다 반짝일 정도로 좋아했었다. 문채원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 “너 혹시 귀신이라도 들렸어?” 이진아는 그녀를 무시하고 위층으로 올라가 도우미에게 물은 후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이 엉망진창이었고 심지어 피아노와 다른 악기들도 놓여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물건들에 전부 이름이 적혀있었는데 이수아의 것도 있었고 이도영의 것도 있었다. ‘이 큰 별장에 악기를 놓을 데가 없어? 왜 하필 내 방에 놓은 건데? 내 방을 잡동사니 창고로 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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