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8화
서다혜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듯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녀의 당당한 표정에서는 숨기려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강서준 씨, 난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에요. 서준 씨는 어때요? 내가 알기론 꽤 오랫동안 제자리걸음 중인 것 같은데. 이진아 데리고 다른 데서 살겠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왜 아직도 그대로예요? 기회가 없었다는 말이 하고 싶은 건 아니죠? 뭐, 그럴 수도 있죠. 서준 씨는 이제 브라운 베이에도 못 들어가잖아요. 가문에서도 서준 씨 발언권은 없잖아요. 요즘 회장님이 강현우 씨를 얼마나 예뻐하는지 알아요? 지금 기억을 잃은 강현우 씨야말로 회장님이 제일 마음에 들어 할 만한 사람이잖아요. 다른 사람들은 이제 다 들러리에 불과하겠죠.”
서다혜의 말은 강서준의 가장 약한 부분을 정확히 찔렀다.
치밀어오르는 모욕감에 강서준의 얼굴이 점점 빨갛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서다혜와 한배를 탄 이상, 괜히 일을 크게 키울 필요는 없었다.
그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간신히 억눌러가며 말을 꺼냈다.
“오늘 이렇게 부른 건, 브라운 베이에서 새로 알게 된 건 있는지 묻고 싶어서예요. 전에 말했을 텐데요. 이진아 남자친구를 죽인 사람이 강현우라고 몰아갈 수 있다고요. 뭔가 쓸만한 단서 같은 건 못 찾았어요?”
서다혜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갔다. 사실 단서라면 진작 찾아냈지만 굳이 강서준과 공유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 무시할 때는 언제고?’
서다혜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무것도 못 찾았어요. 우리 앞으로도 안 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난 서준 씨가 무슨 정보를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까 내 정보를 캐내려는 거였네요. 난 지금 내 정체가 들통나는 게 더 무서워요. 그래도 이진아는 아직 날 진짜 친구라고 생각 중이거든요.”
자리를 뜨려던 그 순간, 서다혜는 갑자기 캄캄해지는 시야에 몸을 휘청거리며 정신을 잃을 뻔했다.
그녀는 다급히 한 손으로 테이블을 붙잡으며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강서준을 바라보았다.
“미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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