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3화
천억이라는 액수가 격투기장 내부에서는 보잘것없을지 몰라도 이곳은 외부였기에 한 판에 기껏해야 수십억 정도가 오갔다.
예쁜 여자가 처음부터 천억에 달하는 칩을 꺼내놓았는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스스로 굴러들어온 먹잇감을 놓칠 수는 없었다.
현장에 있던 남자들의 눈이 일제히 번뜩였다. 너도나도 자리싸움을 시작하며 이진아와 겨루고 싶어 안달이었다.
하지만 이진아의 손가락은 강찬원에게로 향했다. 마침 누군가에게 밀렸던 강찬원은 예쁜 여자가 자신을 가리키는 걸 보더니 바로 소리를 질렀다.
“다 비켜. 이 여자가 나랑 놀고 싶어 하잖아.”
다른 남자들은 실망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어떤 사람이 계속 기회를 엿보자 이진아가 웃으며 말했다.
“먼저 이분과 놀다가 돈을 다 따고 나면 그때 여러분과 놀아드릴게요.”
강찬원의 도박 실력은 그저 평범했다. 하지만 돈이 많고 이곳에 처음 온 여자와 겨루자니 순식간에 자신감이 차올랐다.
이진아가 천억 원에 달하는 칩을 앞으로 밀었다.
“저기... 제가 이곳에 처음 와서 규칙을 잘 몰라요. 몇 판으로 승부를 정하고 싶은데 전 천억을 꺼내놓을게요. 그쪽은 얼마 걸 수 있어요?”
강찬원의 집에서 용돈을 제한한 바람에 천억 원에 달하는 칩을 당장 내놓는 건 불가능했다.
그의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스치자 옆에 있던 누군가가 비웃었다.
“돈이 없으면 꺼져. 난 돈이 있으니까 내가 이분과 할게.”
강찬원은 이진아가 내민 칩밖에 보이지 않았다.
‘천억이라니.’
그가 주먹을 꽉 쥐었다.
“내가 뭘 걸길 바라는지 말해, 그럼.”
그러고는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
“걸 수 있는 거면 뭐든지 다 걸게.”
이진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더니 강찬원을 아래위로 훑었다.
“정말요? 그쪽 다리 하나 원해요.”
강찬원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녀가 이렇게 독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진아는 등을 뒤로 기댄 채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전 배짱이 있는 오빠들하고만 놀고 싶어요. 만약 저랑 할 용기가 없다면 다른 사람한테 자리를 양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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