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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퇴원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심도윤은 경매 회사로부터 초대 전화를 받았다. 그는 임소연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그녀는 너무 기쁜 마음에 방으로 달려가 옷을 맞추기 시작했다. 한참 후, 그는 소파에 앉아 있는 송하영을 내려다보며 은혜를 베푸는 듯한 말을 건넸다. “너도 같이 가자. 소연에게 피를 준 공로로.” 송하영이 거절하려고 했지만 심도윤은 이미 방으로 돌아간 뒤였고 그녀에게 말을 꺼낼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경매장에서 임소연이 관심을 보이는 컬렉션마다 심도윤은 망설임 없이 번호표를 들어 물건을 낙찰받았다. 한편, 송하영은 처음부터 끝까지 관심 없는 표정으로 번호표를 들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때 한 세트의 진귀한 보석이 등장하자 경매장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임소연이 심도윤에게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 “도윤아, 난 저 보석을 착용하고 당당하게 너와 결혼하고 싶어.” 심도윤은 즉시 번호표를 들었다. 결국 200억 원이라는 높은 가격에 보석을 낙찰받았다. 경매장에 모인 사람들이 하나같이 심도윤을 향해 ‘사랑꾼'이라고 감탄했다. 송하영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경매 담당자의 설명을 듣고는 몸을 바르르 떨었다. “다음 컬렉션은 10년 전 전쟁터에서 송군호 장교님께서 남긴 탄피로 매우 의미 깊은 유품입니다!” 송군호, 바로 송하영의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이름이었다. 송하영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며 주저 없이 번호표를 들었다. 심도윤은 번호표를 들지 않고 복잡한 표정으로 송하영을 바라보았다. “6000만 원, 처음!” “6000만 원, 두 번!” “6000만 원. 낙찰! 송하영 양의 낙찰을 축하...” “잠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던 임소연이 갑자기 심도윤의 팔을 흔들며 말했다. “도윤아, 나도 탄피를 컬렉션으로 남기고 싶어.” 그 탄피가 송하영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았기 때문일까, 이번만큼은 심도윤이 망설였다. 하지만 임소연의 간절한 눈빛을 보더니 송하영을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하영아, 이번만 번호표를 내려줘. 다른 건 뭐든 사줄 테니 이것만은 소연에게 양보해.” 송하영의 눈가에 서린 슬픔은 점점 짙어져만 갔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집스럽게 다시 번호판을 들었다. 심도윤은 그것을 보고 어두운 눈빛으로 무언가 결심한 듯 경매대를 향해 엄지와 검지, 그리고 중지만 곧게 핀 손을 들어 보였다. “세상에, 심 장교님께서 천등을 켜셨네! 이제 누가 감히 경쟁하겠어?” “와, 생전 처음 보는 천등 제스처예요. 역시 사랑꾼이시네요!” 주변의 떠들썩한 논평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송하영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 ‘그 탄피가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면서...’ 송하영은 힘없는 눈빛으로 눈물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녀는 움켜쥐었던 번호판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심도윤에 대한 오랜 집념도 전부 놓아버렸다. 송하영은 가방을 챙기고 심도윤의 당혹한 시선도 무시한 채 경매장을 박차고 나왔다. 휴대폰에 뜬 비행기표의 시간을 확인하니 내일 오후 6시, 신장을 기증하는 바로 그날이었다. 송하영은 휴대폰 속의 시계를 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하루만 더... 그럼 영원히 떠날 수 있어!' 별장에 돌아오자 송하영은 간단히 짐을 챙겼다. 우습게도 10년 넘게 이곳에서 살았으면서도 송하영의 물건은 임소연보다 훨씬 적었다. 짐을 정리하던 중, 갑자기 심도윤이 방문을 걷어차며 들어섰다. 그의 얼굴은 극도의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고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는 공기를 얼려버릴 정도였다. “송하영, 언제부터 이렇게 타락한 거냐? 목적을 위해 도둑질까지 서슴지 않다니!” 송하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었다. 말을 꺼내려는 순간 심도윤은 그녀의 변명조차 듣지 않고 연이어 말했다. “탄피가 네 아버지의 유품인 건 나도 알아. 소연이가 질리면 너에게 주려고 했어. 지금 네 모습... 너무 실망이다.” 분노로 몸을 떨던 심도윤은 얼음보다 더 차가운 어조로 경고했다. “네가 이렇게 된 건 내 책임이야. 너의 부모님께 부끄럽지 않도록 내가 오늘 반드시 널 혼쭐내야겠어.” 심도윤은 손을 번쩍 들어 송하영의 뺨을 힘껏 후려쳤다. 송하영의 볼에는 선명한 손자국이 피어올랐다. 그녀의 눈에는 충격과 배신감으로 가득 찼다. 10년 동안 한 번도 맞아본 적 없는 그 손이, 오늘 처음으로 허구한 누명을 쓰고 그녀의 얼굴에 내려졌다. 그때! 갑자기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임소연 환자의 보호자십니까? 환자가 지금 응급실로 왔는데 지금 빨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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