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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무용단이 단원을 선발하는 날, 강하연은 누군가 무용화 속에 꽂아둔 바늘 때문에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게 되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나온 강하연은 이소율이 경연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녀는 이를 갈았지만 세상에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는 것을 알았다. 택시를 타고 극장 앞에 도착한 강하연이 막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 귓가에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발걸음을 멈추고 소리가 나는 곳을 두리번거리며 찾았다. “소율아, 내가 너에게 수석 자리를 따줬는데 보상은 없어?” “하지만... 이렇게 한 걸 언니가 알면...” “그게 뭐 어때서. 강하연은 언젠가 내 아내가 될 텐데. 내가 그랬다는 걸 알아도 괜찮아. 설마 날 죽이기라도 하겠어? 됐어. 소율아, 어서 치마를 걷어봐. 요즘 얼마나 참았는지 몰라.” 목발을 짚고 있던 강하연의 손이 멈출 수 없을 만큼 떨렸다.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그녀가 6년 동안 사귀었던 약혼자, 박승민이었기 때문이다. 강하연은 목발을 짚고 극장의 옆문 쪽으로 한 걸음씩 걸어갔다. 모퉁이를 돌자마자 흔들리는 고급 차가 보였다. 완전히 닫히지 않은 문 틈새로 이소율이 차 뒷좌석에 누워 있고, 박승민이 그녀 위에 올라타 격렬하게 키스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두 사람의 몸은 떼어놓을 수 없이 밀착되어 있었다. 강하연은 심지어 서로 빨아들이는 혀와 얽힌 하반신까지 볼 수 있었다... 정말이지 역겨웠다.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던 강하연은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계속해서 심호흡했다. 하지만 눈을 뜨든 감든 이 장면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감정을 다스릴 수 없다면 다스리지 않기로 하자.’ 강하연은 손에 든 목발을 그대로 차에 던졌다. 박승민은 고함을 지르면서 강하연을 쏘아보았지만 그 험악한 시선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는 황급히 바지를 추슬렀다. “강... 강하연, 왜 네가 여기 있어?” 강하연과 박승민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랐고, 성인이 되는 날이 바로 약혼식도 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사흘 만에 아버지께서 이소율 모녀를 집으로 들이시는 것을 서두르셨을 때, 유일하게 박승민만이 그녀 곁에서 세상을 상대로 그녀와 함께 저항해주었던 것을 강하연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녀는 박승민마저 잃었다. 강하연은 눈을 크게 뜨며 박승민 앞에서 창피하게 울지 않으려 애썼다. “박승민, 이게 대체 무슨 짓인지 설명해 봐. 내가 네 약혼녀라는 거 아직도 기억하고 있기는 해?” 스스로 강해지라고 타이르려 했지만 입을 열자 목소리는 여전히 멈추지 않고 떨렸다. 이소율은 차 좌석에 무릎을 꿇고 앉아 일부러 이미 뜯어진 콘돔 포장을 그녀의 눈에 띄도록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지극히 연약한 척하며 말했다. “언니, 화내지 마. 나, 나랑 승민 오빠 아무 사이도 아니야...” “맞아. 하연아, 내가 그냥 좀 놀라게 해 주려고 했던 거야. 진짜 아무 일도 없었어. 난 너랑 어려서부터 함께 자랐잖아. 내 마음엔 오직 너뿐이야.” 박승민의 얼굴에는 여전히 방탕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는 강하연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허공만 잡았다. 강하연은 쌀쌀하게 웃으며 말했다. “좀 놀라게 해 줘? 박승민, 나 발이 다친 거지 눈먼 거 아니야! 너희들 차에서 뜨겁게 놀고 있는 걸 분명히 봤는데 나를 바보로 아는 거야?” 박승민의 웃음이 갑자기 굳었다. “아니야...” 강하연은 그의 변명을 더는 듣고 싶지 않아 돌아서려 했지만 뒤에서 박승민이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강하연,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아무튼 난 바람피우지 않았어!” 강하연의 비웃는 듯한 시선을 마주한 박승민은 뻔뻔하게 말을 이어갔다. “나... 나 콘돔 꼈어! 소율이랑 진짜 몸이 닿는 접촉은 없었어. 이건 바람이 아니야.” 강하연은 그의 두꺼운 낯짝에 질려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심호흡했다. “좋아,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할 말 없어. 하지만 무용단 수석 자리가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면서도 결국 이소율에게 줬다는 거잖아. 그러면서 네 마음엔 나뿐이라는 거야? 박승민, 너 정말 실망이야.” 강하연은 이 말을 내뱉고 박승민의 손을 뿌리치며 그 자리를 떠났다. 이 순간, 그녀는 더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강하연의 어머니는 한때 그 무용단의 수석이었고, 강하연은 어머니의 발자취를 따르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 박승민은 모든 것을 알면서도 결국 이렇게 행동했다. 그녀는 울면서 아파트로 돌아왔다. 박승민은 그녀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강하연은 단 한 통도 받지 않았다. 밖에는 폭우가 쏟아지던 그 날 밤, 박승민의 친구가 메시지를 보냈다. [강하연, 너 박승민이랑 도대체 무슨 일이야? 아무 말 없이 여기서 술을 많이 마시고 있어. 너도 알잖아, 박승민 위 안 좋아서 술 못 마시는 거.] [아무리 승민이 너를 속상하게 했더라도 그렇게 자신을 해치는 걸 보고만 있을 거야?] 강하연은 휴대전화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배경 사진에는 그녀와 박승민이 다정하게 웃으며 카메라를 보고 있었다. ‘어쩌면... 어쩌면 박승민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야 할지도 몰라. 함께한 시간이 이렇게나 길었는데 박승민이 진심으로 설명하고 이소율과 거리를 둔다면 나도 모른 척할 수 있어.’ 박승민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강하연은 결심을 굳히고 곧장 클럽의 룸으로 향했다. 비가 억수로 퍼부어 강하연이 도착했을 때 그녀의 다리는 이미 흠뻑 젖어 있었고, 붕대로 둘러싸인 상처는 물에 닿아 가려웠다. 하지만 강하연은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자신의 이름을 들었다. “박승민, 강하연이 올 거라고 확신해? 아무리 그래도 명문가 아가씨인데 이렇게까지 용서해주면 너무 체면이 안 서는 거 아니야?” “내가 알지. 분명 올 거야. 명문가 아가씨? 걔는 날 떠나면 아무것도 아니야.” 박승민의 목소리에는 조롱이 담겨 있었다. 강하연의 팔이 허공에서 멈췄다. “그래도 그렇지. 이소율은 강하연 반도 못 생겼지 않은데 뭘 보고 그래?” “그년 색기가 있어서지. 강하연처럼 억지로 하는 척하는 거랑은 달라. 난 이 십수 년 동안 키스할 때도 눈치를 봐야 했다고.” ‘결국 이런 이유 때문이었네. 고작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니.’ 강하연은 자신이 어떻게 클럽을 나왔는지조차 몰랐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별장 앞에 서 있었다. 휴대폰에는 박승민 친구가 보낸 메시지가 계속 오고 있었지만 강하연은 귀찮아서 휴대폰을 꺼버렸다. 가정부가 나와 그녀를 맞이했다. 명목상의 아버지는 여전히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고 있다가 그녀가 온 것을 보고 눈썹을 찌푸리며 질색했다. “뭐 하러 왔어.” “아빠가 절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거 알아요. 저도 아빠를 보고 싶지 않아요. 제가 온 건, 서씨 가문의 그 도련님과 결혼하겠다고 말해주기 위해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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