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우린 정말 안 되는 거야?”
허찬우는 아직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성하진은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침묵이 이미 답을 건네고 있었다.
거절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그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작별 인사를 할 수 있을지 몰랐다.
이 침묵은 성하진이 그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다정함이었다.
“알겠어.”
허찬우는 고개를 숙이고 마침내 포기했다.
성하진은 그를 일으켜 세우며 흰 가운 주머니에서 테이프를 꺼냈다.
허찬우는 단번에 그것을 알아봤다. 성하진이 그에게 처음으로 준 선물인 그것엔 그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녹음되어 있었다.
강민영에게 마음이 흔들려 성하진에 대한 감정을 완전히 끊기 위해 녹음기와 함께 이 테이프를 성하진에게 돌려주었다.
그가 한 일 중 가장 후회스러운 일이었다.
나중에 녹음기에서 테이프를 찾지 못해 성하진이 다른 물건들과 함께 오래전에 태워버린 줄 알았던 그는 성하진이 테이프를 갖고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태워버리려고 했어. 하지만 그러면 내가 널 사랑했다는 증거가 하나도 남지 않을 테니까.”
성하진이 테이프를 그의 주머니에 넣어주었다.
“이번엔 잃어버리지 마.”
허찬우는 성하진을 껴안고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날 위해 남겨줘서 고마워...”
성하진도 그를 안아주었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비 내리는 밤 축축한 두 영혼은 마침내 침묵으로 과거를 정리하는 법을 배웠다.
다음 날, 허찬우는 비행기에 앉아 3만 피트 상공의 창밖을 바라보며 코트 주머니 속 낡은 카세트테이프를 손가락으로 문지르기를 반복했다.
그것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이었다.
일출이 구름을 뚫고 창문을 통해 그의 얼굴에 쏟아지자 그는 마침내 평화롭게 잠들 수 있었다.
돌아간 뒤에도 이따금 성종구가 찾아와 성하진의 행방을 물어보지만 그는 알려주지 않았다.
강민영은 거의 죽기 직전까지 성종구에게 맞은 채 집에서 쫓겨났지만 명의상 아직 성종구가 입양한 딸이기에 무슨 수를 써도 제거할 수 없는, 발등에 떨어진 거마리 같은 존재가 되었다.
한번은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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