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67화
그녀는 말을 마친 후, 잠시 뜸을 들이고 다시 말했다.
“황후께서 다정하시고 온화하시다는 말을 익히 들었으니, 제가 솔직히 말해도 노여워하지 않으시겠지요. 모든 일엔 법도가 있는 법입니다. 그저 폐하와 마마의 총애만으로 공주를 책봉하는 것이라면, 북당엔 공주가 남아나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솔직한 것이 아니라, 질투심에 찬 말이겠지요. 황실 자제가 아닌 아이가 공주로 책봉되긴 했지만, 친왕의 자식은 군주 책봉조차 은혜를 입어야만 받게 되는 상황이니, 군주께서 마음이 편치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이란 결과만 보고 판단해선 안 되는 법, 과정까지 살펴야 타당하지요. 군주의 조부이신 운친왕은 세자 책봉에 참여하셨고, 사면을 받고 홍수를 막으시다 큰 과오를 저질렀습니다. 무상황께서 그때 군주께 작위를 하사하신 것도 대단한 은혜였습니다. 따지고 보면 평민으로 강등되었어도 이상하지 않은 처지였지요. 반면 충용후는 지난 이십여 년간 황제 곁을 지키며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켰습니다.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기며 충성을 다했지요. 비록 서이당은 황실 혈통이 아니지만, 충용후와 폐하의 의리와 정, 폐하께서 서이당을 아끼는 마음을 바탕으로 공주로 책봉하였습니다. 어찌 법도를 어겼다고 하십니까? 혹 폐하의 결단이 어리석다고 의심된다면, 무상황께 재단을 청하셔도 됩니다. 무상황께서도 장녕 공주를 매우 아끼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장녕 공주가 어려서부터 무상황의 곁을 자주 지켰고, 지금까지도 자주 찾아뵙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안대군주의 눈빛에는 점차 두려움이 스며들었다. 황제는 손아래니 크게 무섭지 않았지만, 무상황은 두려웠다.
연세가 많은 무상황 오라버니는 정말 무서운 분이었다.
원경릉은 그녀의 표정을 보고 이내 그녀의 성격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런 사람은 약자에게는 포악하고, 강자 앞에선 한없이 주눅이 드는 법이었다.
역시 안대군주는 갑자기 표정을 바꾸더니, 주름이 가득해질 정도로 환히 웃었다.
“이 늙은이가 잠시 정신을 잃었나 봅니다.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