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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명의 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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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22화

“초왕비?” 고지가 원경릉이 들어온 것을 아는 듯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원경릉은 고지가 태자비가 아닌 초왕비라고 하자, 고지가 소식을 들을 수 없는 아주 폐쇄적인 곳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원경릉이 자리에 앉자 만아가 다바오를 데리고 와서 고지 가까운 곳에 두고 그녀를 경계하게 했다. 문이 닫히고 다바오의 소리가 들리자 고지는 몹시 불안한 듯했다. “초왕비, 지금 뭐 하려고 그러는 겁니까?” “긴장 말고. 앉게.” 고지는 두 손으로 엉덩이 뒤를 더듬거리더니 의자를 끌어 앉았다. 그녀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허리를 곧게 폈고, 뭔지 모르게 당당한 입꼬리를 보였다. “네 뱃속에 있는 아이의 부친이 누구냐?” 원경릉이 물었다. 고지는 예상했다는 듯 담담하게 “정후.”라고 말했다. “고지, 네 속셈을 내가 모를 줄 알고? 빨리 진실을 말 해!” 고지는 손을 저으며 “진실을 말해도 초왕비께서 믿지 않으니 전 더이상 할 말이 없네요.”라고 말했다. “내 부친의 아이라면, 내가 하나만 더 묻겠네. 정말로 내 부친과 관계를 맺었다는 거야?” 고지는 고개를 숙이더니 입꼬리 한쪽이 씩 올라갔다. “그걸 왜 나한테 묻죠? 부친께 직접 물어보시지요. 장담하건대 부친께서도 절대 부인 못할 겁니다.” “당연히 물어볼 거야. 한 가지만 묻자, 진짜 그 아이가 위왕의 아이가 아니라는 거지?” 원경릉이 분노한 얼굴로 고지를 보았다. “이제 와서 부끄러울 게 뭐가 있겠습니까? 이판사판입니다. 만약 지금 뱃속의 아이가 위왕의 씨라면 난 백방으로 이 아이를 지키려고 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아이는 위왕의 아이가 아닙니다.” “진실을 말 해!” “초왕비, 사람들이 당신의 마음씨가 곱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내게 낙태약 하나만 주면 안 되겠소? 그렇지 않으면 초왕비가 낳은 세 아이와 내 아이를 같이 키워야 할 수도 있잖습니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요?” “쓸데없는 말 말고, 빨리 사실을 고해. 사실을 말한다면 내가 어떻게 해서든 남강으로 안전하게 보내줄 테니. 그리고 배가 그만큼이나 불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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