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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송유리는 황이진의 감동적인 다짐을 듣고 괜히 눈물이 핑 돌 뻔했다. ‘진짜 끈질기고 진짜 대단하다... 감동이야!’ 송유리는 참지 못하고 손뼉을 쳤다. “이진 언니 진짜 최고예요. 이렇게 저를 위해 희생까지 해주시다니, 꼭 안아드려야겠어요!” 황이진은 간단하게 송유리를 한 번 끌어안아 주고는 재빨리 도시락 싸는 손길을 더 바삐 움직였다. “이제 곧 저녁 시간이라 서둘러 가야 해.” “병원 근무도 아닌데... 시간까지 그렇게 딱 맞춰야 해요?” “조금 이따 학술 팀 사람들이랑 뭐 토론회 같은 거 한대. 자세히는 몰라. 그래서 그 전에 빨리 갖다줘야 해.” “알겠어요. 이진 언니,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응.” 황이진은 도시락이 든 봉투를 들고 서둘러 나가면서, 문을 나서기 직전에 다시 한마디 덧붙였다. “너도 얼른 밥 먹어! 배고프다고 참고 있지 말고!” “알겠어요.” 황이진이 나간 뒤, 송유리는 접시를 가져와 먹을 만큼만 음식을 덜었다. 그래도 반 이상은 남겨둔 뒤, 만족스럽게 콜라 한 잔까지 따라놓고 TV를 틀어 여유롭게 저녁을 즐겼다. 이 순간만큼은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마침 드라마가 한창 재미있어질 때, 송유리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을 보자, ‘엄마’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송씨 가문에서 쫓겨난 이후로, 임진경에게 전화가 온 건 처음이었다. 송유리는 그동안 연락처 이름조차 지우지 못하고 그냥 놔둔 상태였다. 송혁수와 그렇게 크게 싸운 이후, 임진경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알 수 없었다. 망설이며 전화를 받을지 말지 고민했지만, 결국 송유리는 전화를 받았다. “여, 여보세요... 엄마...” 송유리는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인사했지만, 그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건 임진경의 울먹이는 목소리였다. “유리야... 할머니가 지금 많이 위독하신 상태야. 네 아버지는 절대로 네게 알리면 안 된다고 했지만, 난 그래도 네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연락한 거야. 지금 오면 그래도 마지막으로나마 할머니의 얼굴은 볼 수 있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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