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162화

장군 역을 맡은 상대 배우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그 안엔 쓰디쓴 감정이 엉켜 있었고 그가 낮게 던진 한마디는 조용한 절망처럼 울렸다. “나를... 사랑한 적 있나요?” 송유리는 극 중 공주로 완벽히 몰입한 채 눈을 피하지 않았다. 맑고 단단한 눈빛으로 그를 응시하며 또박또박 입을 열었다.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상대 배우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칼을 뽑았다. 망설임이라곤 전혀 없는 동작이었다. 그가 칼끝을 겨누는 순간, 송유리는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입가에 엷은 웃음을 띠었고 그 웃음엔 체념과 결연함, 그리고 애틋한 여운이 담겨 있었다. 그것이 그녀가 택한 마지막 선택이었다. 나라를 위해, 오라비를 위해, 더는 물러설 수 없었던 운명의 끝이었다. 극 중 인물로서 그녀는 결코 조국을 저버리지 않았고 오라비 또한 지켜냈지만, 유독 이 남자, 지금 그녀의 눈앞에 서 있는 그 한 사람에게만은 끝내 미안함을 남기고 말았다. 조명이 어둡게 내려앉은 무대 위, 송유리의 몸이 천천히 무너졌고 심장에 칼이 박힌 상대 배우는 무너지는 그녀를 조용히 끌어안았다. 적과 적으로 만났던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의 품에서 마지막을 맞이했다. 비극적인 사랑의 종착지에서, 이루지 못한 감정이 어쩌면 그제야 서로에게 닿은 듯했다. 관객들은 숨을 죽였고 절절한 감정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전쟁을 알리는 북소리가 다시 무대를 울렸다. 병사 분장을 한 배우들이 쏟아져 나오며 피와 칼의 싸움이 이어졌다. 전장 속에서 이름 없이 스러지는 수많은 존재처럼, 그들 또한 거대한 전쟁의 일부로 휘말려갔다.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에 관객들은 깊이 빠져들었고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쓰러지는 장면이 연출되자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몇몇 관객은 눈물을 훔쳤고 그들이 무대에서 전한 고요하고 처절한 절정은 오래도록 여운을 남겼다. 막이 내리고 송유리는 상대 배우와 함께 무대 중앙으로 나와 다른 배우들을 이끌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무대를 떠난 뒤에도 여전히 감정을 추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