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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송유리가 고개를 돌려 황이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 정도도 참을 수 있어요?” 황이진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지만 입가가 올라가는 걸 억누르려 애쓰는 게 역력했다. 복잡미묘한 감정이었다. “우리 그냥 친구야.” “어... 그렇구나.” 참으로 훌륭한 변명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황이진이 주호진을 전처럼 심하게 거부하지 않는 건 분명 좋은 징조였다. 황이진이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말 이상하게 하지 마.” 송유리는 혀를 내밀며 억지를 부렸다. “뭘요. 언니 말에 동의한 거뿐인데.” 황이진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이미 주호진이 있는 곳으로 빠른 걸음으로 향하고 있었다. 송유리를 맞이할 때처럼 전력 질주하지는 않았지만 열정이 느껴지는 걸음이었다. 억눌린 듯하지만 빠른 걸음이 거의 뛰는 속도에 육박하고 있었다. 송유리는 재빨리 뒤따라갔다. 이 귀한 썸 타이밍을 그녀는 직접 보고 싶었다. 황이진이 커피 봉지를 들려 손을 뻗었다. “커피를 이렇게 많이 사서 뭐 해요?” 그녀는 타인을 돌보는 게 익숙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주호진은 막아섰다. “무거워. 내가 들게.” “무거우니까 같이 들어야죠.” “괜찮아.” 주호진은 황이진의 손을 피해 곧장 테이블로 향한 뒤에야 짐을 내려놓았다. “오늘이 첫눈이잖아. 이진 씨랑 첫눈에 첫 커피 마시고 싶었어.” 주변 동료들이 그 말에 탄성을 터뜨렸다. “와, 첫눈에 첫 커피라니, 주 선생님 진짜 로맨티스트네요?” “생긴 건 무뚝뚝한데 의외로 스킬이 끝내주네.” “이진 언니 복 받았네요.” “이런 스킬이면 분명 우리 이진 언니를 손에 넣을 거예요.” 황이진은 얼굴이 붉어진 채 동료들의 헛소리를 황급히 막으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호진 씨가 갑자기 이렇게 많은 걸 보내면 안 좋아요. 윗분들이 뭐라고 하실 거예요.” “그래서 다 같이 먹으려고 샀어요.” 분양 사무실의 부장도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나와 상황을 확인했다. 동료들은 부장이 나타나자 움츠러들며 금세 조용해졌다. 마치 수업 시간에 딴짓하다가 선생님에게 걸린 듯한 상황에 송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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