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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이서하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강태민을 바라봤다. “내가 저지른 가장 큰 죄는 성나연 씨 엄마를 살려준 거야.” 예상치 못한 그녀의 말에 강태민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졌다. “이서하, 넌 언제부터 이렇게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 된 거지?” 그는 곧바로 사람을 시켜 검은 상자 두 개를 가져오게 했다. “지난번 네 어머니랑 여동생 유골, 남아 있던 건 전부 수습했어. 하지만 그걸 다시 가져갈 수 있을지는 네 선택에 달렸지.” 이서하는 눈가에 눈물이 가득 차올랐지만 이를 악문 채 강태민을 똑바로 바라봤다. “병원에 의사도 있고 간호사도 있어. 그리고 국내 최고 수준의 검사 장비도 있지. 사단장이라는 사람이 그런 걸 두고 성나연 씨가 말한 용연초를 믿어? 그런 말도 안 되는걸?”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말투는 사뭇 진지했다. “강태민, 넌 이 상황이 우습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러나 강태민의 표정은 끝까지 냉담했다. “이서하, 같은 말 두 번 하게 만들지 마.” 이서하는 절망해 모든 걸 포기한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내가 갈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서하는 어선을 타고 바다 한가운데로 이동했다. 바다는 수심이 많이 깊지 않았다. 가장 깊은 곳도 수십 미터에 불과했지만 그 깊이는 최상급 잠수부에게도 한계였다. 잠수 장비를 모두 갖춘 이서하는 선실 안에서 성나연과 함께 수입산 와인을 마시고 있는 강태민을 바라보며 허탈해졌다. “태민아, 이렇게 추운 날씨에 이 선생님 혼자 물에 들여보내도 괜찮을까? 사고 나는 건 아니겠지?” 강태민은 고개를 젖혀 술을 단숨에 비우더니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서하는 외국에 있을 때 스트레스받으면 서양 애들이랑 어울려 잠수하곤 했어. 기록까지 세운 적 있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한편, 차가운 해풍이 이서하의 얼굴을 스치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강태민은 잊고 있었다. 그녀의 한쪽 손목 힘줄은 이미 끊어졌다는 사실을. 강한 조명이 바다 수면을 비추는 가운데 이서하는 그대로 몸을 던졌고 얼음처럼 차가운 바닷물이 순식간에 그녀를 집어삼켰다. 사실 조명이 있어도 시야는 1미터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이서하는 쉬지 않고 아래로 내려갔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물건을 찾아야만 살아 돌아갈 수 있으니까. 수십 미터 깊이에 다다른 순간 앞쪽에서 물고기 떼가 미친 듯이 몰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러다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거대한 가오리 한 마리가 그녀를 들이받았다. 곧, 복부를 찢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고 이서하는 찢어진 상처를 무시한 채 팔을 휘저으며 간신히 자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물고기 떼 뒤편에서 거대한 상어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서하는 너무 놀라 급히 위로 올라가려고 했지만 바로 밑에 성나연이 말했던 용연초가 떠다니는 것이 보였다. 상어는 점점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는 기자들에게 짓밟히던 어머니와 여동생의 유골이 자꾸 떠올랐다. 결국, 이서하는 이를 악문 채 내려가 용연초를 움켜쥐고는 있는 힘을 다해 위로 헤엄치려 했다. 바로 그때, 상어가 가까이 다가와 피로 물든 거대한 입을 그녀를 향해 떡 벌렸다. 이서하는 호흡이 가빠졌지만 살기 위해 간이 산소통을 떼어내 던졌고 그 덕분에 겨우 찰나의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얼마 후, 수면이 바로 눈앞에 보였지만 손목에서 또다시 통증이 느껴진 그녀는 더 이상 팔을 휘두를 힘조차 잃었다. 이윽고 산소가 점점 빠져나가며 몸에 힘이 풀렸고 의식마저 흐려지기 시작했다. 이서하가 입을 벌린 상어 쪽으로 서서히 가라앉아가던 그때, 수면 위에서 물보라가 일었다. 그리고 곧, 흐릿한 그녀의 시야에 한 사람이 미친 듯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방금 전까지 배에서 여유롭게 와인을 마시고 있던 강태민이 이제는 자신을 구하러 오자 이서하는 문득 모든 게 우습게 느껴졌다. ‘강태민,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난 너를 몰랐을 때로 돌아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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