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병마절도사 댁 대문 앞에서 이원은 심하진의 호위 군졸들에게 가로막혔다.
심하진은 은갑을 아직 벗지 않은 채였다. 막 군영에서 돌아온 것이 분명했다. 그는 섬돌 위에 서서 몰골은 초라하나 기세만은 사나운 이원을 냉랭히 내려다보았다.
“세자저하께서 몸소 찾아오셨는데 말미암아 마중을 못 하였습니다. 아직 상처가 다 낫지 않으신 줄로 아오나 이리 급히 오신 연유가 무엇입니까?”
이원은 그를 꿰뚫어 볼 듯 노려보며 말했다.
“심하진, 송유서는 어디 있느냐. 당장 내놓아라!”
심하진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저하께서는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제 정혼자는 지금 댁 안에서 쉬고 있는데 저하와 무슨 상관이란 말입니까.”
“네 정혼자라?”
이원은 이를 악물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이를 갈아 내뱉는 듯했다.
“그 여인은 내 숙빈이다! 옥첩에 오른 내명부의 빈이다! 왕실의 빈을 숨겨 두고 전하를 속였으니, 그 죄를 면치 못할 것이다!”
심하진은 그 말을 듣고 낮게 웃음을 흘렸다. 그 웃음에는 노골적인 조소가 서려 있었다.
“숙빈이라.”
그는 한 걸음 다가서며 이원을 압박했다. 눈빛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저하께서는 귀한 몸이라 기억이 잦은 듯합니다. 저하의 숙빈 송씨는 이미 동궁전에서 병사하였사옵니다. 그 죽음을 허락하신 분이 누구신지 이제 와서 잊으신 것입니까? 그리고 제 댁에 있는 여인은...”
그는 말투를 바꾸며 단호하게 덧붙였다.
“삼서육례를 갖추어 변방의 군졸들 앞에서 혼약을 맺은 제 안사람이 될 사람입니다. 머잖아 혼례를 올릴 것이지요.”
“혼례라?”
이원의 머릿속에서 이성이라 불리던 마지막 끈이 끊어졌다. 그는 허리의 검을 뽑아 들고 검끝을 심하진에게 겨누며 외쳤다.
“그 여인은 내 사람이다! 나는 허락하지 않는다!”
심하진의 눈빛이 날카로워지며 그 또한 검을 뽑았다. 서늘한 칼빛이 굳은 얼굴을 비추었다.
“그럼 제 검이 세자저하를 향할 수밖에 없겠군요.”
“심하진! 감히 세자인 나에게 검을 겨누려 하다니! 반역을 꾀하는 것이냐!”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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